[레이더M] 새 타깃 찾고 화력 강화…행동주의 펀드 더 세진다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7.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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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행동주의 펀드가 여름을 맞아 펀드 조성에 한창이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6개월 전부터 지분 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는 늦어도 8월까지는 타깃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보유 증명서 인정 범위를 확대하면서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PEF)가 기업 경영권 인수 주체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 미팅을 위해 한 달간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얼라인파트너스가 2021년 설립된 신생 운용사임에도 연기금, 패밀리오피스, 공제회 등 여러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만남에 응했다는 후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해부터 에스엠(SM)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주주행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쌓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2700억원 규모인 펀드를 내년 4월까지 1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자 중심인 펀드에 미국·싱가포르·홍콩 등지의 해외 금융기관을 더하면 펀드 약정액을 더 빠른 속도로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7개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규모 있게 투자한 건 2500억원을 투입한 JB금융지주(차입금 포함)를 포함해 에스엠(SM), SBS 등 4개 정도다. 내년엔 이처럼 규모 있는 투자를 10개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해서 주목받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내년엔 기존에 상대하던 것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차파트너스가 지난해 주주제안에 나선 토비스·상상인·사조오양, 최근의 남양유업 등이 시총 4000억원 미만 기업이라면 앞으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까지 상대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년 주주총회를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이들의 주주제안 대부분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며 동력을 상실했을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내년 타깃 기업 발굴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반드시 가결돼야 행동주의 펀드에 힘이 실리는 건 아니다"며 "주주제안을 통해 현재 기업 경영의 문제점 등을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헤지펀드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2021년부터 행동 반경이 넓어졌다. 직전 해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등을 개정하는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상법 개정안에 따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3%룰이 도입되며 헤지펀드가 기업 대주주와 표 대결을 펼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또 코로나19 시기 동학개미운동이 열풍을 일으키며 주주 스스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실제 의결권 관련 조사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국내 상장사는 2020년 10개에서 지난해 47개로 5배 가까이 늘었다.

IB업계에선 향후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위가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공개매수자의 자금 증빙 요건을 완화한 덕분이다. 과거엔 공개매수자가 금융감독원에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할 때 '공개매수 자금 보유 증명서'를 첨부해야 했으나 올해 4월부터는 금융기관의 대출확약서와 펀드출자자(LP)의 출자이행 약정(LOC)만으로도 자금 확보를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이전엔 1조원 규모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위해 1조원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했다면 이제는 해당 공개매수 주체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하겠다고 약속한 약정서만으로 공개매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와 대형 PEF 운용사가 공개매수 주체로 나서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경영진 문제로 인해 저평가받는 기업은 헤지펀드나 PEF 모두 선호하는 투자처"라며 "양측의 공통된 관심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주주제안과 경영권 인수 시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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