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 中펀드 자금유출 불붙었다
최근 7일간 515억원 빠져나가
10조 넘었던 설정액 9조대로↓
북미·日펀드 등은 유입 증가세
"中증시 당분간 부진" 전망 무게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되자 국내 중국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96개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7월 13~19일) 515억 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펀드에 같은 기간 629억 원이 유입되고 일본(389억 원)과 인도(93억 원), 베트남(33억 원) 등 대부분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증가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중국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는 설정액이 8487억 원 증가했으나 13일 81억 원이 빠져나간 뒤 순유출로 급격히 흐름이 바뀌고 있다. 14일부터 18일까지는 매일 110억 원씩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전날에도 87억 원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중국 펀드는 이달 12일 기준 10조 130억 원까지 늘었던 전체 설정액이 9조 9615억 원으로 감소했다.
중국 펀드의 자금 유출이 심상치 않은 것은 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19일까지 평균 -6.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북미(33.05%)와 일본(20.77%), 브라질(16.13%), 베트남(14.83%), 유럽(11.24%) 등 대부분의 해외 주식형 펀드가 호조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특히 국내 주식형 펀드도 올 들어 24.69%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상승장을 반영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가 시들하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마저 확산하고 있다. 17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6.3%로 시장 예상치인 7.1%에 적잖이 미달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6월 0%에 그치며 2021년 2월(-0.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생산자물가 역시 1년 전보다 5.4% 떨어지며 7년 반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21.3%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 사회 불안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위안화 가치는 올 1월 1일 1달러당 6.90위안에서 이달 19일 7.22위안으로 약 7개월 만에 4.63% 하락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맞물려 위안화 가치가 이보다 더 떨어지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중 갈등 고조,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지속되며 중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이후 2.57%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하반기 중국 증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리오프닝 효과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데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 회복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 기업인 완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불거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안정시킬 만큼 획기적인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들지도 미지수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중국 내 부동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고 구매력이 약해졌다”면서 “현 추세라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중국 증시의 부진한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심화할 경우 대기업의 채무불이행뿐 아니라 부동산 거품 붕괴와 신용 위험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며 “이달 발표될 경기 부양책의 규모와 효과가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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