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밀란 쿤데라가 남긴 것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 2023. 7. 20. 17:15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3년 7월11일 체코 출신 프랑스 작가 밀란 쿤데라가 별세했다. 그의 나이 향년 94세였다. 쿤데라의 이름은 국내외 여러 언론을 통해 매우 자주 소개된다. 하지만, 생전 작가는 공산주의자와 반체제파, 그 사이에서 항상 질문과 오해를 받았고, 이에 오랜 시간 인터뷰나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은둔을 자처해왔다고 한다. 역사적·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신을 항상 “소설가”라고 표현한 쿤데라.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자.
격변의 시대의 중심, ‘R.I.P’ 밀란 쿤데라
밀란 쿤데라(1929년 4월1일~2023년 7월11일)는 체코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이다. 그는 체코슬로바키아 브르노에서 태어났지만, 체코가 소비에트 연방군(소련군)에 점령당한 후 시민권을 박탈당해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밀란 쿤데라의 아버지 루드비크 쿤데라는 체코의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 쿤데라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학을 공부했다(추후 그의 작품에 음악적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 1948년 쿤데라가 19살이 되던 시점에 그는 중등교육 과정을 마치고 프라하 카렐 대학교의 예술학부에 문학과 미학을 공부했으나, 프라하의 공연예술 아카데미(AMU)의 영화학부로 옮겨 영화 기획과 희곡 창작을 공부했다. 그는 1952년 졸업 후 영화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일하며, 시와 소설 등을 써 갔다.
당시 공산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주의에 영향을 받으며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사회주의 국가적 이념, 체제의 비판적인 작품 활동을 썼다. 쿤데라는 1967년 첫 장편소설 『농담』을 통해 인기를 끌었는데, 1968년 발발한 ‘프라하의 봄’(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간섭하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기를 일컫는다. 이후 체코는 1989년 벨벳 혁명까지 소련의 점령하에 있게 된다-참고: 위키미디어)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했다. 또한 그의 저서는 압수되었으며 집필 역시 어려워지자, 결국 1975년 쿤데라는 체코를 떠나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향했다.
『농담』을 통해서 그는 프랑스에서도 유명 작가가 되었는데, 프랑스어판 서문에서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아라공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하기도.
이후 프랑스로 망명,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한 쿤데라는 프랑스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 1984년에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본문 中
이후 프랑스로 망명,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한 쿤데라는 프랑스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 1984년에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본문 中
역사라는 급류 속에서 자신을 지키다
밀란 쿤데라의 저서로는 『농담』, 『생은 다른 곳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이별』, 『느림』, 『정체성』, 『향수』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1984년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화 <프라하의 봄>(1989, 미국)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쿤데라는 이 영화 이후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하지 않았다). 외과 의사 ‘토마시’, 그의 아내이자 사진작가 ‘테레자’, 토마시의 ‘에로틱한 우정’의 대상 ‘사비나’, 사비나의 연인인 ‘프란츠’. 1960년대 체코와 19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 놓은 역사 안에서 상처와, 개인적 트라우마를 어깨에 짊어진 네 남녀의 생과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철학자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 의미하는 ‘가벼움’과, 베토벤의 곡의 모티프 중 하나인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의 ‘무거움’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토마시’. 쿤데라는 이를 통해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모순을 보여준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 망명 이후 1981년 프랑스 국적을 획득, 『불멸』(1990) 이후부터는 프랑스어로 작품을 집필했다. 그는 이전 작품들도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했는데(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프랑스어 번역판을 정본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쿤데라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쿤데라는 에세이 『커튼』을 통해서는 사회 운동, 전쟁, 혁명과 반혁명,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가 그려야 할 대상, 고발하고 해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며 소설가를 매혹하는 역사란 오직 인간 실존에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했단 이유로 모국에서 집필 금지 처분을 받았던 작가는, 이후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고,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19년, 그는 40년 만에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쿤데라는 에세이 『커튼』을 통해서는 사회 운동, 전쟁, 혁명과 반혁명,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가 그려야 할 대상, 고발하고 해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며 소설가를 매혹하는 역사란 오직 인간 실존에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했단 이유로 모국에서 집필 금지 처분을 받았던 작가는, 이후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고,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19년, 그는 40년 만에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사회운동, 전쟁,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에게 그려야 할 대상으로서 관심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역사의 하인이 아니다. 소설가를 매혹시키는 역사란 인간 실존 주위를 돌며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 역사다.”– 밀란 쿤데라 에세이 『커튼』 中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매경DB, 민음사 / 참고자료 및 발췌 민음사, 위키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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