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목숨끊은 초등학교에 '검은 마스크' 추모 행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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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 20일 오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 국화를 든 동료 교사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8년차 초등학교 교사 양모씨는 "발령받으신 지 얼마 안 된 선생님께서 짊어져야 할 업무 과중이 너무 공감된다"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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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화환 수백개 늘어서…학교 안쪽에 임시 추모공간 마련키로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이미령 이율립 기자 = 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 20일 오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 국화를 든 동료 교사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검은색 옷을 입은 이들이 속속 당도하면서 학교 담장을 빙 둘러 긴 줄이 생겼다. 이들은 차례로 교문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국화를 내려놓는 식으로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했다.
6년차 교사라는 송유진(30)씨는 "지금 교권이 바닥에 있는 상태"라며 "나이가 어리신 걸로 아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 자발적으로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기 수원에서 왔다는 26년차 교사 김은정(50)씨는 1시간 동안 줄을 섰다고 했다. 김씨는 "나약한 교사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라며 "여기 온 교사들이 이 일에 동참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년차 초등학교 교사 양모씨는 "발령받으신 지 얼마 안 된 선생님께서 짊어져야 할 업무 과중이 너무 공감된다"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선생님 편안히 쉬시길. 선생님을 위해 기도할게요'라는 내용의 추모 포스트잇을 써서 붙였다.
동료 교사의 추모 행렬에 시민까지 동참하면서 경찰이 학교 정문 앞 1개 차로를 통제했다.
추모 행렬이 길어지자 학교 측에서는 오후 4시50분께 방송을 통해 "학교 정문 안쪽 녹색 펜스 앞에 임시 추모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앞서 오후 3시30분께 교사 약 10명이 안전하게 추모하도록 추모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 학교 교장을 만나려고 했으나 학교 측이 제지하면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줄을 선 이들이 학교를 향해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뜻으로 '열어줘'라고 연호하기도 했다.
이 학교 앞에는 이날 새벽부터 근조화환 300여개가 배달돼 담장을 둘러 늘어섰다.
화환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함께 '선생님 부디 편안해지시길 바랍니다', '진상규명을 촉구한다'와 같은 조문을 적은 리본이 달렸다.
보내는 사람은 대부분 '동료교사 일동'으로 적혀 있었는데 '서울시교육청 교사 일동', '학부모 일동'으로 표기한 화환도 있었다.
교문에는 전날 저녁부터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줄지어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 현장에서 세상을 등진 선생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의 글이 적혔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강모(29)씨는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는 메모를 적어 교문에 붙였다. 그는 "교권 침해가 너무 심각한 상황인데 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끝까지 함께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자녀를 등교시키러 온 학부모 일부가 묵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검정색 옷을 입고 온 학부모도 있었다.
자녀와 묵념한 한모(42)씨는 "학교에서도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사건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돌아가셨으니까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도 전국 각지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 200여개가 배달됐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A씨가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A씨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압박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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