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율 낮춰라"…금감원, 부실채권 추가 상각 지시

/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2분기 회계 마감일을 10일 앞두고 이례적으로 저축은행에 부실채권 대손상각 처리를 추가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저축은행의 2분기 연체율이 올라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금감원은 저축은행으로부터 추정손실채권(회수 불능이 확실한 채권) 상각 승인 신청을 추가로 받았다. 금감원은 통상 분기에 1번 정기적으로 1000만원 초과 추정손실채권의 상각 신청을 받는데, 이번 추가 신청은 정기 접수가 모두 마무리된 뒤 이례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2분기 정기 신청은 지난 5월 이뤄졌다. 당시 저축은행은 3월초부터 5월말까지 누적된 1000만원 초과 추정손실채권의 상각 승인을 신청했다. 저축은행이 승인을 신청하면 금감원이 약 한달간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2분기 회계 마감일인 6월30일이 되면 저축은행의 상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정기 신청이 끝난 뒤인 지난달 20일 추가로 상각 승인 신청을 받았다. 추가 신청이 2분기 회계 마감일을 10일 앞두고 이뤄졌기 때문에 금감원은 추가로 접수된 건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심사했다. 금감원이 추가 신청을 받으면서 저축은행은 3월초부터 6월20일까지 약 4개월간 쌓인 추정손실채권을 2분기 회계 마감일 전에 한꺼번에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 중 주요 저축은행을 포함해 26개 내외가 추가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 3월말 기준 추정손실채권 잔액은 약 9854억원이다.

이번 결정은 2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상각은 부실채권을 자산에서 제외하는 절차로, 상각을 통해 부실채권이 더이상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으면 연체율이 떨어진다. 금감원은 당시 공문을 통해 "시장 안정화와 금융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의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므로 일회적으로 수시 상각 신청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상각이 승인된 추정손실채권은 가급적 2분기 안으로 즉시 상각할 것을 저축은행에 지시했다.

주요 저축은행 관계자는 "2분기 건전성 지표가 좋지 않으니 당국이 예외적으로 추가 상각을 지시한 것 같다"며 "2분기 연체율이 양호하게 나왔다면 추가 상각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전 금융권의 연체율이 높아지자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금융권 연체율 관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긴급 현장 점검에 나섰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79개의 연체율은 6년 만에 5%를 넘어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상각할 채권이 있으면 해도 된다'고 고지했다"고 밝혔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