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서른살…고객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스포티지 역사관[르포]
'하여가' 배경음악의 특별 광고…'각 그랜저' '포니' 등 헤리티지 강화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내가 예전에 타던 차가 이 차였다'고 반가워하는 분들도 계셨다."
기아의 스포티지는 1993년 처음 출시된, 기아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모델이다. 출시 당시 SUV 차량은 각진 형태의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차종이 대부분이었지만, 스포티지는 유선형 디자인의 '도심형 SUV' 형태로 출시됐다.
1세대 모델은 현재의 도심형 SUV가 사용하는 '모노코크 바디'가 아닌 '프레임 바디'를 써 일각에서는 "최초는 아니다"고 말하지만, 부드러워진 외관은 분명 세계 최초 도심형 SUV 모델이다.
기아는 올해 연식변경 모델인 '2024 스포티지'를 출시하면서 '스포티지 출시 30주년 기념 전시'를 진행했다. 20일 서울 압구정의 기아 브랜드 체험공간 '기아360' 한편에 마련된 스포티지 360 전시 행사를 찾았다.
전시 현장에는 1993년 출시됐던 1세대 모델과 30주년 기념 에디션 5세대 모델이 30년의 간격을 뛰어넘어 나란히 전시돼 있다. 현장에서는 기아360 직원이 스포티지의 역사에 대해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 이날도 각 세대별 스포티지의 특징에 대해 직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세대 모델은 도심형 SUV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1990년대의 SUV 모델들의 '오프로드 본능'의 느낌이 남아 있다. 전면부 철제 프레임은 마치 군용차량의 느낌마저 준다.
1세대 스포티지는 국내 완성차 중에서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를 최초로 완주한 차종이다. 1세대 모델 옆에는 아날로그 TV를 가져다 놓은 듯한 오브제를 통해 1세대 모델 출시 당시의 광고들을 함께 전시했다.
2세대부터 4세대까지는 아쉽지만 실제 차량 대신 디지털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스포티지는 기아 입장에선 생사를 함께한 모델이다. 1세대 스포티지 출시 후 기아는 외환위기를 맞아 크게 흔들렸고, 1998년 결국 현대자동차로 인수됐다.
2004년 출시된 2세대 스포티지부터 현대차와 함께 개발된 모델이다. 2세대부터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해 승차감을 올렸고, 누적 판매는 100만대 선을 넘어섰다.
3세대 스포티지는 2006년 기아에 영입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어드바이저가 본격 디자인에 관여해 세계 유수의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었다. 피터 슈라이어는 현재 기아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타이거 노즈'를 적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3세대 스포티지에도 호랑이가 코를 찡그린 듯한 그릴 디자인이 채택됐다.
4세대 스포티지는 본격 글로벌 베스트 셀링 카로 올라선 모델이다. 주행테스트만 100만㎞를 진행하면서 가혹하게 시험을 거쳤다. 200만대 이상 수출을 기록한 모델이다.
지난 2021년 출시된 5세대 스포티지는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에도 3만6084대를 판매하며 국내 판매 5위를 기록 중이고, 수출에서도 6만8647대를 기록해 수출 8위 모델이다. 현장에 전시된 30주년 에디션은 무광 그레이 모델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네시스 G90 외장 색상을 연상시켰다.
5세대 모델 옆에는 LED 큐브에 30주년을 기념한 광고 영상을 송출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광고에는 1993년을 풍미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배경음악으로 쓰였다고 했다.
기아360 전시 현장에는 최근에 출시된 전기차 EV9, 모닝 페이스리프트 등 신차가 가득했지만, 현장 관계자는 스포티지 30주년 전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전했다. 현장 관계자는 "가족들과 함께 오셔서 예전에 스포티지와 연관된 자신들의 추억을 꺼내서 이야기를 나누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30주년 에디션을 살펴 보시고 계약을 위한 상담도 많이 받으셨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최근 헤리티지(유산) 전략을 강하게 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7세대 그랜저는 '각 그랜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1세대 그랜저의 모티브를 가져왔고, 오는 8월 출시 준비 중인 5세대 신형 싼타페도 '갤로퍼'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지난달에는 포니 쿠페 콘셉트 모델을 복원해 '포니의 시간'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이제는 여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만큼 나름의 업력을 쌓아온 회사"라며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서 앞서가는 모습과 함께 과거 소비자의 향수를 불러내면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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