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벌, 남성 건강엔 최고?…"꽉 끼는 속옷 대신 트렁크 입으세요"

정심교 기자 2023. 7. 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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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수영복을 준비하려는 남성이 많다. 특히 꽉 조이는 삼각팬티 수영복은 몸매를 한껏 발산하려는 남성 사이에선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정작 남성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심지어 꽉 조이는 재질의 수영복뿐 아니라 속옷을 늘 착용하면 난임까지도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왜일까?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의 도움말로 남성 팬티와 건강의 상관성을 파헤친다.
눌리는 면적 넓으면 고환에 갈 산소·영양소 줄어들고 온도 올라
남성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기관이 '고환(음낭)'이다. 고환에선 정자·정액·남성호르몬 등을 만든다. 그런데 꽉 끼는 재질의 삼각팬티 수영복·속옷을 입으면 고환이 눌린다. 오진규 교수는 "고환이 정자를 만들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혈액 속 산소·영양소"라며 "꽉 끼는 팬티를 입어 고환 안쪽 혈류가 압박되면 혈액 공급량이 줄어들어 고환의 정자 생성 능력이 자연스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혈류량이 줄어든 상태를 의학적으로 '허혈'이라고 하는데, 꽉 끼는 팬티를 입으면 약간의 허혈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오래 타는 습관도 고환은 버거워할 수 있다. 자전거의 안장이 회음부를 압박해 요도·고환 주변 혈류가 현저히 줄어들고, 고환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꽉 끼는 팬티가 고환을 괴롭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체온과 관련 있다. 정자·정액을 만드는 남성의 고환은 여성으로 치면 난자를 생성하는 난소에 견줄 수 있다. 그런데 난소가 몸속에 있는 것과 달리, 고환은 몸 밖에 있다. 고환에서 정자를 만드는 세포가 고온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오진규 교수는 "조물주가 고환을 몸 밖에 설계한 데는 고환의 온도가 체온(36.5도)보다 2~3도 낮게 유지돼야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의 온도가 체온보다 약간 선선해야 질 좋은 정자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울 때 고환이 약간 늘어지고, 추울 땐 쪼그라드는 것도 고환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몸속 방어기전이다 .

실제로 남성의 팬티와 건강의 상관성은 해외 연구에서 입증됐다. 난임이 아닌 건강한 남성 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삼각팬티와 사각팬티를 6개월 동안 입은 후 정액을 검사했다. 그랬더니 사각팬티 군의 정자 수는 정액 1㎖당 평균 8950만 마리였는데, 삼각팬티 군은 평균 4600만 마리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 운동성 있는 정자의 수도 정액 1㎖당 각각 5310만 마리, 1740만 마리로 3배 넘게 차이 났다.
고환은 헐렁한 트렁크>조이는 사각팬티>삼각팬티 순 좋아해
꽉 조이는 삼각팬티는 헐렁한 사각 트렁크 팬티보다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 고환 주변의 체온이 올라간다. 사각팬티라 하더라도 꽉 조이는 재질이라면 어떨까? 오 교수는 "재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늘어나지 않는 재질의 사각팬티라면 헐렁한 사각 트렁크팬티보다 고환을 압박하겠지만 고환의 해부학적 구조로 볼 때 삼각팬티보다는 고환을 덜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강을 위해선 삼각팬티보다는 사각팬티가 권장되며, 삼각팬티라도 가능하면 꽉 조이지 않는 재질의 것이 고환 기능을 유지하는 데 권장된다. 특히 난임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거나 고환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 팬티를 바꿔보는 게 좋다. 자전거를 오래 타는 습관도 고환은 싫어한다. 좁은 안장에 몸무게가 실리면서 고환이 눌리기 때문이다. 이런 남성이 꽉 끼는 재질의 삼각팬티·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거나, 꽉 끼는 삼각팬티형 수영복을 입을 경우 약 3개월 후 정액 속 정자의 수·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의학적으로 고환은 남성의 몸에서 멀수록, 서늘할수록 좋다. 타이트한 옷을 즐겨 입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다리 꼬는 습관도 물론 고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다리를 벌리는 이른바 '쩍벌'은 공공장소에선 바람직하지 않지만, 고환은 좋아한다. 오 교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쩍벌남'(다리를 쩍 벌린 남성)은 민폐이지만, 집에서 혼자 있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상황이라면 고환 건강을 위해 다리를 벌려 앉는 습관이 고환이 눌리지 않고 선선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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