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못 내보낸다…법원, 집주인이 낸 소송 기각

김수언 기자 2023. 7. 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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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한 대학가 원룸촌에 성범죄자 박병화의 거주와 관련된 항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남강호 기자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를 내보내달라며 법원에 제기한 건물주의 명도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원지법 민사7단독 김진만 판사는 20일 건물주 A씨가 박병화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명도소송은 건물자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는 취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를 기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다른 임차인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거나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원고가 손실을 봤다는 주장을 소명할 자료도 없는 점 등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박병화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과 위임장 없이 박병화 명의로 1년(2022년 10월 28일~2023년 10월 27일)의 원룸 월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그의 성범죄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11월 서면으로 박병화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과정에서 연쇄성범죄자라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A씨는 소장에서 “임대차 계약 당시 임차인 측이 박병화의 신상에 대해 아무런 고지도 없이 계약한 것은 기망에 의한 의사 표시”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 건물은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고 초등학교와도 직선거리로 약 400m 떨어져 있다”며 “피고의 성범죄 전력을 미리 알았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아직도 건물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고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피고가 퇴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재산상 손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A씨 측 법정 대리인 오도환 변호사는 이날 판결이 끝나고 취재진에 “민사 소송이다 보니 계약 체결 후 얼마나 피해가 컸는지 소명하라는 것이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쟁점이었다”면서 “다만, 이곳이 고가의 주거 지역이 아니고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다 보니 소액으로 감액하는 정도로만 피해를 봐 이를 참작해 판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대 성범죄자라면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신상을 고지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항소 여부는 검토하겠다”고 했다.

해당 건물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엔 대부분 남성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병화 입주 후 기존 세입자 한 명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나갔지만, A씨가 월세를 25만원으로 낮추자 곧 새 세입자가 구해졌다고 한다.

박병화는 지난 2002년 12월∼2007년 10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현재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입주해 있다.

이에 반발한 화성지역 시민들은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하며, 지난해 말 시민 5만여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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