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하겠다' 말로만 모면"…조현준 효성 회장, 임직원 질타

"사업 나빠지는데 위기의식 못 느껴…책임 회피 자세 만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효성그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최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2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자 직접 쓴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2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 결여로,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고 조직 내 분위기를 지적했다.

조 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하기로 약속한 사항이나 경영층에서 지시한 사항에 대해 제대로 실천이 안 되고, 일을 잘못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회사 내에 너무나 많다"고 질타했다.

이어 "당면한 문제점 또는 주요 현안에 대해 역량이 부족하고, 속도가 느리고, 개선이 안 돼 성과가 미흡하다고 앞에서는 반성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지금부터 잘해보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로 모면하고는 할 일은 안 하면서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또 조 회장은 "사업이 나빠지고 있음에도 위기의식을 못 느껴 시장 환경의 변화 및 경쟁자의 위협 증대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미흡하고,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해 수익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의식 개혁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책임지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 실행력을 높여 경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경영 목표는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약속임을 인식하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능동적으로 일하는 책임 경영을 실천해, 하기로 한 일은 반드시 수행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집념과 의지를 가지고 회사에 책임 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한층 노력해 주기를 다시 한번 당부한다"고 했다.

조 회장이 이례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쓴소리를 낸 건 경영 상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책임 경영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영업이익 규모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지난해 2분기 9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2분기에는 543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