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홀러웨이전 심하게 불리해도…1% 의심 없이 이긴다"
"홀러웨이도 약점 있어…꼭 라이브로 지켜봐 주길"
(화성=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호텔에 새롭게 마련한 자신의 체육관 '코리안좀비 MMA'에서 20일 만난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은 잘 벼려진 한 자루의 칼처럼 느껴졌다.
다음 달 26일 싱가포르에서 맥스 홀러웨이(31·미국)를 상대로 일생일대의 UFC 페더급 맞대결을 앞둔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훈련하는 대신 국내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찬성은 "시설은 미국보다 이곳이 더 좋다. 호텔에서 방도 제공해주고, 레스토랑에서 계체에 맞춰서 최고급 재료로 음식도 제공해주신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밖에 나가서 걸어 다닐 필요조차 없어서 햇빛을 볼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격투기 선수에게 가장 힘든 건 감량이다.
이제 목표 체중까지 2㎏가량 남았다는 그는 "8월 21일쯤 싱가포르에 들어가기 전까지 국내에서 훈련한다. 새롭게 기술을 추가하거나 그런 건 없다. 10년 넘은 격투기 선수 생활의 경험에 따라 계획을 짜서 제 몸에에 적용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인 정찬성은 스파링 상대로 선택한 홍준영(33) 이야기가 나오자 "홀러웨이를 상대로 더 좋은 훈련 상대는 찾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찬성의 제자이자 국내 종합격투기 2대 단체(더블 G, AFC) 페더급 챔피언인 홍준영은 최근 영화 '범죄도시 3'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에도 출연해 배우로도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격투기계 일각에서 '홍준영은 홀러웨이전 스파링 상대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걸 의식한 탓인지 정찬성은 "신체 조건이 홀러웨이와 유사하고 격투 스타일까지 비슷한 선수다. 최고의 파트너니까 깎아내리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홀러웨이는 타격과 기술 모두 세계 최고…상대할 방법 있다"
UFC 페더급 역사상 '타격' 능력만 꼽자면 첫손가락인 홀러웨이는 지난 4월 아널드 앨런(영국)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링 인터뷰에서 "정찬성은 유일하게 싸워보지 않은 동시대 선수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자란 내가 어떻게 안 싸웠는지 모르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홀러웨이가 이처럼 말한 것에 대해 정찬성은 "사실 제가 옛날부터 홀러웨이와 싸우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선수와 안 싸웠는지 신기하다. 이제야 타이밍이 맞은 것 같다. 예전에도 비공식적으로 제의가 왔지만, 이제야 성사됐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정찬성이 평가하는 홀러웨이는 "타격과 기술 모두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다.
모든 체급을 통틀어서 타격만큼은 따를 자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정찬성도 다 계획이 있다.
"홀러웨이는 펀치를 내는 횟수가 많다. 그건 곧 카운터를 노릴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상대를 혼란스럽게 할 기술도 나름대로 많이 준비한다. 물론 어떤 기술인지는 경기 당일까지 비밀이다."
해외 도박사들은 홀러웨이의 우세를 점친다.
정찬성은 2020년 이후 세 차례만 옥타곤에 올라가 1승 2패에 그쳤다.
최근 경기였던 지난해 4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UFC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도 압도적으로 밀려 4라운드 TKO로 무릎을 꿇었다.
반면 홀러웨이는 2020년 이후 5번의 경기에서 볼카노프스키에게만 두 차례 패했을 뿐, 나머지 3경기는 모두 승리했다.
정찬성은 "제가 심하게 언더독(스포츠 경기에서 약자)이다. 제 커리어에서 가장 불리한 경기일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경기도 익숙하다. 홀러웨이도 약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처럼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에게 달려들던 정찬성도 볼카노프스키와 싸운 뒤에는 마음이 꺾였다.
당시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던 그는 "반평생 목표가 챔피언이었는데, 볼카노프스키와 싸워서 지고 난 뒤 거기까지 다시 올라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생각이 들고, 제 나이까지 생각하니까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홀러웨이의 도전장은 정찬성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는 "홀러웨이전이 다시 챔피언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제가 정말 싸우고 싶던 선수와 싸우는 것이다. 그저 격투기가 좋아서 하는 경기"라며 웃었다.
"결승선 보여도 홀러웨이전이 마지막 아냐…은퇴 경기는 서울에서"
2007년 종합격투기 선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격투기선수로 살아 온 정찬성의 몸은 안 아픈 곳이 없다.
올 초 UFC가 추진하던 서울 대회도 그의 어깨 부상으로 무산됐다.
정찬성은 몸 상태가 어떠냐는 물음에 "이렇게 질문하시면 '괜찮습니다'라고 말해야 하지만, 이제는 솔직해지고 싶다. 아픈 곳이 너무 많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경기를 못 뛸 정도는 아니다. 이것도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도 이제는 선수로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이번 홀러웨이전이 은퇴 경기는 아니다.
정찬성은 "언제든지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도 지금 그만두고 싶진 않다"며 "설령 이 경기에서 진다고 해도, 제 마지막 경기는 서울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승리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지금도 모든 걸 걸고 운동한다. 1%의 의심도 없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강자와 옥타곤에서 주먹을 나눈 정찬성은 "홀러웨이와 싸우고 나면 앞으로 더 싸우고 싶다는 흥미가 드는 선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묵은 빚을 청산하고 싶다는 마음은 숨기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아깝게 패한 야이르 로드리게스(멕시코), 판정 끝에 경기를 내준 브라이언 오르테가(미국)의 이름을 거론하며 "가능하면 다음 경기는 복수전을 치르고 싶다. 그들과 경기에서는 저 자신에게 문제가 많았다. 이제 그 문제들을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파이터 가운데 유일하게 UFC 타이틀 매치를 두 차례 치른 정찬성의 경기에 격투기 팬들은 많은 기대를 건다.
팬들 사이에서는 불리할 거라는 전문가 예상을 깨고 승리할 거라는 예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찬성은 "'어차피 홀러웨이가 이길 텐데 뭐 하러 싱가포르까지 가냐, 시간 아깝게 생방송 보냐?'는 말이 나오는 걸 안다"면서도 "격투기는 짧으면 1분, 길면 25분까지 하는 종목이다. 그 가운데 수많은 것들이 오간다. 이 모든 걸 즐기려면 꼭 생중계로 봐야 한다. 그것만 알아주시면 경기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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