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핑퐁외교 주역’ 키신저와 4년만에 재회…“역사적 공헌 잊지 않을 것”

이종섭 기자 2023. 7. 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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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CCTV 보도 화면 캡처

4년만에 중국을 깜짝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최근 미·중간 대화 기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70년대 비밀 방중을 통해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마련했던 그가 4년만에 다시 시 주석을 만난 것이서 관심을 끈다.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2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키신저 박사는 얼마 전 100세 생일을 지냈고 중국을 100번 이상 방문했다”며 “이 두 개의 ‘100’이 합쳐져 당신의 이번 중국 방중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키신저 전 장관을 환대했다.

이어 “52년 전 중·미 양국은 중대한 전환점에 있었고, 마오쩌둥 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 닉슨 대통령과 당신은 탁월한 전략적 안목으로 중·미 협력의 올바른 선택을 하여 중·미관계 정상화의 과정을 열었다”며 “이는 양국을 이롭게 할 뿐 만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정과 우의를 중요시하고 오랜 친구를 잊지 않는다”며 “중·미관계 발전을 촉진하고 양국 국민의 우의를 증진시킨 당신의 역사적 공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세계는 100년만의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국제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미 양국은 다시 한번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내다보면 중·미는 충분히 서로 성취하고 공동 번영할 수 있다”며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공영의 원칙을 바탕으로 양국이 올바르게 함께 지내는 길을 탐구하고 중·미관계를 점진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키신저 전 장관은 “시 주석이 내가 첫 방중에서 중국 지도자를 만난 댜오위타이 국빈관 5호에서 만나준 것에 감사한다”고 인사를 건네며 “미·중관계는 양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세하에서 ‘상하이 코뮈니케’가 정한 원칙을 준수하고, 중국에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미·중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계속해서 양국 국민의 상호이해 증진을 위해 노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올해 100세를 맞은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비밀 방중으로 냉전시대 미·중 화해의 상징인 ‘핑퐁 외교’를 이끌고 1979년 양국 수교의 밑거름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중국에서 ‘오랜 친구’로 불리며 환영을 받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1월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그는 4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에도 시 주석을 만나기에 앞서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을 만나 대화했다. 그는 전날 왕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중 양국은 모두 세계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양국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의 평화·안정 및 인류의 삶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리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양국군은 소통을 강화해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 성과를 만들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 부장을 가장 먼저 만난 것을 두고는 미국이 단절된 양국간 군사적 소통 재개에 다급함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키신저 전 장관이 이번에 중국 지도부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을 찾았으며 현지에서 받은 인상을 미국 정부와 공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중 정치권에서 모두 존경받는 그가 개인 자격의 여행을 통해 공식 방문에서는 거론하기 어려운 대화를 중국 지도자들과 나누길 기대한다는 소식통의 말도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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