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눈물의 상경 치료 사라질까…지역 거점 병원 5곳 구축
지역 전문의료진 추가 채용 비용 등 지원키로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세종에 사는 24개월 된 송주은(가명)양은 백혈병이 의심돼 충남대병원을 찾았다가 신경세포가 악성 종양이 되는 신경모세포종 4기 진단을 받았다. 집에서 차로 1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한 충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소아혈액종양 교수는 1명뿐이 없는데다 입원환자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서울 대형병원으로 원정치료를 선택했다. 송양의 어머니는 “버스로 왕복 4~5시간에 병원에서 대기시간만 3시간이 넘는다”며 “아이 컨디션을 위해 전날 서울에 도착해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내려오는데, 어떨 땐 어른인 나도 힘들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소아암 환자들의 눈물의 상경 치료가 사라질 전망이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치료 시스템이 가동되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보건복지부는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충남대병원(충남) △화순전남대병원(전라남·북) △칠곡경북대병원(경북) △양산부산대병원(경남) △국립암센터(강원) 등 5개 병원을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환자 연간 1만명…치료하면 10명 중 9명 생존
소아암은 0~18세 사이에 주로 발병한다. 해마다 1300명정도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연평균 1만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백혈병 등 혈액암 비중이 41%로 가장 높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중심 골수이식과 같은 고난이도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6~16개월(항암치료 4~6개월, 골수이식 1~9개월)이 걸린다. 소아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은 86.3%로 전체 암 생존율(71.5%) 보다 높아 잘만 치료하면 많은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인력은 해마다 줄고 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소아청소년 혈액종양 전문의는 2022년 기준 69명에 불과하다. 평균 연령 50.2세로 10년 내 50%(34명)가 은퇴해야 한다. 소아암의 경우 치료법이 복잡하고 성인암 대비 치료 강도가 3배 정도 더 들어갈 정도로 노동 집약적 분야다 보니 해당과 수련의조차 외면하는 분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전문의 60%(42명)가 몰려 있어 지방 사정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원의 경우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지역에 소아암 환자가 있어도 서울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밀려드는 환자에 서울 수도권 소아암 치료실은 늘 만원이다 보니 소아혈액종양학회에서는 지방의료시스템부터 복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준아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는 “지방의료 현장에 충분한 전문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아암환자 1500명이 수도권으로 몰려 배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북 전문의 헤쳐모여…강원에 전문의 급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에 응답했다. 권역 내 의료기관 중 기존 정부 지원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보유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병원 5곳을 선정해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으로 육성키로 한 것이다.
우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현재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3명과 촉탁의 1명 등 총 4명의 의료진만 있는 상황이다. 촉탁의를 2명을 더 추가 채용하고 타분과 전문의 4명을 더해 병원 내 총 10명의 소아암 전담팀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때 촉탁의 채용에 드는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올해 말 수련이 종료되는 전문의를 촉탁의로 고용해 전문인력의 지역거점병원에서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지역 내 타 병원 소속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거점병원 진료에 참여하는 구조로 계획했다. 현재 경북대병원엔 소아혈액종양전문의 1명, 촉탁의 1명 등 2명에 불과하다. 이에 소아혈액종양전문의를 2명으로 늘리고 지역개방형 소아혈액종양전문의 3명, 지역개방형 소아과 전문의 6명을 더해 총 11명의 전담팀을 구성키로 했다.
이를 제안한 김지윤 칠곡경북대병원 혈액종양과 교수는 “미국도 소아혈액종양과 전공의 비율이 낮아 이를 극복한 방법이 전문의 체제를 활용하는 거였고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하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주변 대학병원의 의료진이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보면 해당 병원은 기회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지역 의료붕괴를 막자고 호소해 이런 기회를 만들었다.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준 의료진과 해당병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암 세부전문의가 없는 강원지역은 국립암센터 소속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주 1~2회 정도 파견해 소아암 외래 진료를 지원키로 했다. 이를 통해 거점병원에서 진단과 치료, 사후관리까지 완결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거점병원 환자가 양성자치료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국립암센터로 연계해 병원 간 연계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최소 93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전망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소아암은 저출생시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장 필수적인 진료분야”라며 “필수의료 부족 인력자원 확보를 위해 △자원집중 △네트워크화를 통한 연계협력 △성과 보상 등 3가지를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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