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무서운 유치원 비정규직 “교원 없이 우리가 독박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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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에도 유치원을 지키는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들이 업무 가중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방과 후 과정 전담사의 근무시간은 4∼8시간으로 천차만별"이라며 "시간제 전담사가 일하는 유치원은 방학 기간 모자라는 근무 시간을 또다시 시간제 단기 노동자를 채용해 땜질 운영한다. 학기 중 단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로 운영되다 보니, 방학 기간 또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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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에도 유치원을 지키는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들이 업무 가중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노동조합이 노동 실태를 조사해보니 이들이 근무하는 유치원 가운데 약 75%는 방학 기간 유아의 등원율이 학기 중과 같거나 더 높지만, 방학 중 지원인력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에 나섰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국공립유치원 유아들이 (방학 기간) 교육과정 교사와 활동하는 시간보다 방과 후 과정 전담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방과 후 과정 전담사의 직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은 여전히 비정규직인 방과 후 과정 전담사의 ‘개인기와 독박 보육’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는 3∼5살 유아를 위한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인 유치원 누리과정 중 방과 후 과정을 담당한다. 유치원에서 정규 교육과정이 끝난 방과 후 놀이, 돌봄 등을 거의 책임지지만 유치원 정규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과는 달리 사실상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이다. 지난해 교육부 발표를 보면 전체 유치원의 99.8%가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전체 유아의 89.1%가 여기에 참여한다.
이날 노조는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 767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89.2%는 방학 중에도 일하는 상시 근로자였지만 노동 시간은 7∼8시간 전일제가 아닌 4∼6시간 시간제였다. 이들이 근무하는 유치원 74.5%는 학기 중과 비교해 방학 기간 유아의 등원율이 같거나 높았고, 이 중 51.8%에 달하는 유치원에서는 방학 동안 지원인력이 아예 없거나 3시간 이하 단시간 지원 인력만 지원됐다. 노조는 “방학이 되면 교원들은 연수 및 연가 등으로 출근하지 않고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들이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응답자 가운데 46.4%는 특히 방학 중 행정업무나 수업 준비 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급여 수준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84.1%가 현재의 소득이 일하는 것에 비해 적다고 답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전담사들은 업무 가중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상혜 인천 동암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방과 후 과정 강사는 “방학 동안 교사, 보건교사, 특수유아 지원인력 없이 유아들과 8시간 내내 함께 있기 때문에 행정업무뿐 아니라 수업을 위한 준비 시간조차 확보하기 힘들다”며 “우리가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우리에게 맡겨진 유아들까지도 이렇게 차별받는 것이 맞느냐”고 말했다. 하경희 경기 솔안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도 “방학마다 단기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를 채용하는 정책은 공립 유치원을 점점 퇴화하게 한다”고 짚었다.
노조는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질 높은 보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과 후 과정 전담사의 근무시간은 4∼8시간으로 천차만별”이라며 “시간제 전담사가 일하는 유치원은 방학 기간 모자라는 근무 시간을 또다시 시간제 단기 노동자를 채용해 땜질 운영한다. 학기 중 단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로 운영되다 보니, 방학 기간 또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방학에는 한 반에 20∼30명의 유아가 합반으로 운영되거나 낯선 단기 인력에 아이들이 맡겨진다. 방학 중 유아들이 방치되지 않게, 학기 중과 동일한 누리과정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국공립 유치원의 운영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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