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지나는 우크라행 선박 위협으로 간주”···밀 가격 9% 급등

정원식 기자 2023. 7. 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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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피격 위험 직면한 우크라
“루마니아 경유 해상길 구축 중”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튀르키예 벌크선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들어가는 선박들을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밀 가격이 9% 급등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7월20일 0시부터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잠재적으로 군사 화물을 실은 적대적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해당 선박이 등록된 국가는 우크라이나의 편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빈곤국 식량 위기가 고조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됐다. 지난해 7월 체결 이후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 세 곳을 통해 수출된 곡물은 3200만여t에 달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17일 러시아산 비료 수출 제재 해제 등의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들어가는 선박을 발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상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담 호지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곡물 관련 시설만이 아니라 상선으로까지 공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흑해에 기뢰를 추가로 매설해 상선 공격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협정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으나 러시아가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흑해를 통한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루마니아를 거치는 임시 해상 수송로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실 슈크라코브 우크라이나 공동체영토인프라 개발부 장관은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임시 통로를 활용하면) 흑해 북서부 해역에서의 국제 운송 차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흑해 북서부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주요 거점인 오데사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17일 이후 이틀 연속으로 오데사에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오데사 인근 군시설과 탄약 창고 등을 타격했다고 발표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향하는 곡물 6만t이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선박을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9% 이상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밀 가격은 지난 17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 선언 이후 이틀간 이미 5%가량 상승한 상태다. 다만 밀 가격은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와 비교해 크게 낮고 올해 1월 초보다도 낮은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곡물 가격 상승 추세가 저소득 국가들에 비교적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수석경제학자 아리프 후세인은 “이미 수십개국의 인구 수백만 명이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률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 (곡물협정) 중단 시점은 잔인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취약한 인구 및 국가가 식량을 구하고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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