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성화 억제 위한 '알칼리' 성분에도 끄떡없는 식물플랑크톤

인위적으로 알칼리 성분을 투입하더라도 바다의 탄소 흡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저장소'다. 이 과정에서 식물플랑크톤이 큰 역할을 한다.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양 산성화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보라 이글레시아스 로드리게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바바라 캠퍼스 환경·진화·해양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해양산성화 방지를 위해 바다에 알칼리 성분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더라도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 반응과 유기물 생성이라는 제 기능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식물플랑크톤의 종류인 규조류와 인편모조류는 해양 표층에 서식하며 광합성 작용을 통해 무기물인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를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로 변환한다. 이 유기물은 먹이사슬의 상위 단계에 있는 바다생물의 먹이가 된다. 

바다생물의 몸에 축적된 탄소는 생물이 죽은 뒤 해저에 가라앉으면서 바닷속 깊은 곳에 묻히게 된다. 이글레시아스 로드리게스 교수는 "이는 바다가 수만년 동안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온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처럼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계속해서 바닷물에 침투하면 바닷물의 수소 이온 농도(pH)가 낮아진다. 그 결과 약알칼리성이었던 바닷물이 산성화된다. 해양 산성화는 어패류, 산호 등 해양생물의 면역력을 감소시키고 성장을 방해한다. 

연구진은 바다에 인위적으로 알칼리 성분을 투입해 바다의 산성도를 낮추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러나 알칼리 성분과 식물플랑크톤이 만나 해양생물의 석회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착안, 식물플랑크톤이 해양 평균치보다 높은 알칼리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봤다.

연구진은 산타바바라 해협에서 채취한 바닷물에 각종 영양분과 알칼리성을 첨가했다. 이때 알칼리도는 킬로 당 3000마이크로몰(µmol, 100만분의 1마이크로몰)에서 5000마이크로몰이었다. 해양의 알칼리도는 킬로 당 약 2300~2400마이크로몰이다. 며칠 후 연구실에서 배양한 식물플랑크톤인 규조류와 인편모조류를 물에 넣었다.

플랑크톤의 생리학적, 생화학적 변화와 바닷물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규조류와 인편모조류는 모두 알칼리성 처리에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석회화도 크지 않았다. 다만 플랑크톤의 광합성 효율은 약간 감소했다.     

이글레이아스 로드리게스 교수는 "바닷물 속의 알칼리성이 증가했음에도 플랑크톤의 생리적, 화학적 변화는 없었다"며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식물플랑크톤의 종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생태계 전체로 일반화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식물플랑크톤 실험은 좋은 시작점이며, 앞으로 다른 유기체와 생태계에서 실험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