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하입보이요”…뉴진스 1년, 두 번째 ‘Get Up’

이유민 기자 2023. 7. 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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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ADOR) 제공.



그룹 뉴진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소속사 어도어는 20일 뉴진스의 1주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되짚어봤다.

2022년 7월 22일.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슈퍼 샤이(Super Shy)’한 음악 팬들마저 다섯 소녀에게 ‘어텐션(Attention)’ 할 수밖에 없었다. 이국적이고 세련된 인트로부터 리스너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던 ‘Attention’은 독특한 바이브와 중독성 강한 훅을 비현실적으로 양손에 쥔 뉴진스의 첫 번째 데뷔 타이틀곡이었다.

별다른 티징 콘텐츠 없이 뮤직비디오 본편과 음악만으로 날린 뉴진스의 스트레이트 펀치에 K-팝 시장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어 이들의 또 다른 데뷔 타이틀곡 ‘Hype boy’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meme)을 만들어냈고, 독창적 레시피로 구워진 ‘쿠키(Cookie)’의 달콤함은 일상에 지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녹였다.

올해 초 3개월 내내 국내외 주요 차트 1위를 지킨 ‘Ditto’의 대기록도 음악적 차별점 없이는 불가능했다. 지구 반대쪽 미국 뉴저지의 클럽 가를 강타한 저지 클럽 리듬은 뉴진스를 만나 완전히 새로운 어법을 얻었다. 장르 특유의 공격적인 리듬은 구름처럼 폭신한 뉴진스 멤버들의 보컬, 나른하고 입체적인 화성과 비트에 올라타 몽글몽글한 솜사탕 감성을 착장했다. ‘OMG’가 건드린 ‘UK 개러지’ 역시 단순히 장르의 재해석을 넘어 ‘뉴진스 장르’의 재탄생이라 할 만했다.

또 뉴진스를 말할 때 ‘Y2K’ 트렌드의 부활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의 문화 코드를 서랍 속 비밀처럼 가득 채운 ‘Ditto’의 뮤직비디오는 그 압축판이었다. 첫 앨범의 ‘CD 가방’ 버전은 팝업스토어 오픈런 신드롬을 불렀다. 팬 소통 애플리케이션 ‘포닝(Phoning)’은 PC통신, 미니홈피, 다마고치의 감성을 재현하면서 ‘어딘지 낯익고 귀엽지만 새로운’ 뉴진스의 브랜드 정체성과 시너지를 일으켰다. 1세대 K-팝 팬들 추억까지 소환하는 패션과 이미지들은 뉴진스의 세계와 어우러지며 25년의 시공간을 초월하고 통합하는 독보적 웜홀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뉴진스의 1년은 전 세계 팝 컬처 최전선에 있는 한국 대중문화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늘 자판 위에 있었지만 모두 잊고 있던 ‘새로 고침’ 버튼을 뉴진스가 눌렀고, K-팝 역사의 한 페이지가 이들에 의해 쓰이기 시작했다.

뉴진스 음악의 몽환성과 청량감은 밤과 낮처럼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의 틀을 깬 작법에 따라 완성됐다. 이른바 ‘정반합’ 발전론이다.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가 뉴진스를 통해 준비한 혁신(反)은 ‘더 강한 자극’이 아닌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리고 이번 신보의 선공개 싱글 ‘Super Shy’가 발매 첫 주 미국 ‘빌보드 핫 100’ 66위에 오른 것은 이러한 혁신이 순조롭게 진행 중임을 방증한다.

고자극으로 가득한 K-팝과 한국 대중문화, 그 격랑 속에서 뉴진스는 칠링(chilling)과 미드텐션(mid-tension·중간 정도의 텐션)을 키워드로 대중의 낮과 밤을 모두 지배했다. 하이텐션(high-tension)의 K-팝 댄스곡으로 낮을 깨우고, 밤에는 감성 인디 음악이나 발라드를 즐기던 남녀노소는 24시간 들어도 좋을 만큼 달콤하고 꿈결 같고 리드미컬한 ‘뉴진스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한때 젊은 세대의 감성 키워드로 ‘힐링(healing)’이 대두됐지만 뉴진스 열풍을 계기로 그다음 키워드인 ‘칠링(chilling)’에 주목할 만하다. 수동적 치유에 자신을 맡기기보다 좀 쉬다가도 언제든 텐션이 올라오면 하이텐션(high-tension)으로 이행할 수 있는 대기/충전 상태. 즉 미드텐션(mid-tension)의 영역을 뉴진스가 짚어냈고, 댄스 클럽의 ‘칠 아웃 룸’ 같은 감정적 시공간이 필요하던 이들에게 뉴진스 뮤직은 정서적으로 공명(共鳴)했다”고 분석했다.

데뷔한 지 만 1년이 된 2023년 7월 21일. 뉴진스는 두 번째 미니앨범 ‘Get Up’을 발표하고 또 한 번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뉴진스가 바꿔버린 문화계에 다시 그 누구도 아닌 뉴진스가 등판했다. 뉴진스의 경쟁 상대는 당분간 뉴진스뿐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미국 뉴저지의 저지 클럽, 영국 런던의 UK 개러지에 이어 이번엔 더 멀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날아온 파벨라 펑크(favela funk) 장르를 뉴진스의 중력으로 구부린 ‘ETA’ 등 다채로운 곡들이 세상을 뒤흔들 예정이다. ‘슈퍼 샤이’한 듯 귀엽지만 ‘쿨(Cool With You)’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는 그들이 일어선다(Get Up). 뉴진스의 다섯 소녀가 또 어떤 신세계를 보여줄지 확인해보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유민 온라인기자 dldbals525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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