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피눈물' 금융위 "전환사채 문제 여전…공정성·투명성 강화"

이지운 기자 2023. 7.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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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여전하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다만 그는 "그동안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환사채 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며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여전히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등 불공정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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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전환사채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여전하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전환사채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경영권 강화 수단 및 증여 수단 등으로 악용되거나 기업이 무분별하게 유통을 남발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국내 전환사채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환사채와 관련한 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전환사채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당초 약정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받는 사채(채권)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낼 수도 있다.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전환가액을 미리 정해두기 때문에 주가가 내려가도 주식 전환가를 최대 70%까지 조정(리픽싱)할 수 있어 전환사채 투자자는 손해 볼 것이 없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기업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콜옵션, 리픽싱 등 다양한 조건을 활용해 중소·벤처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환사채 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며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여전히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등 불공정거래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환사채 대부분이 사모로 발행돼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고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부가 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우선 전환사채 발행·유통과 관련된 공시 의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먼저 전환권, 콜옵션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고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취득한 사모 CB를 재매각하는 등 전환사채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유통되면서 일어나는 문제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전환사채 악용사례에 대한 엄중 제재도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의 조사역량을 집중해 전환사채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실제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좀비 전환사채' 문제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위는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사모 전환사채를 다시 취득한 뒤 재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장에 전환사채가 과도하게 누적되는 '좀비 전환사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전환사채를 재취득하는 경우 재매각에 제한이 없다"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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