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기대주 웸반야마, 무엇을 보여줄까?

김종수 2023. 7. 20. 1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NBA의 한시대를 빛낸 레전드 중에는 이른바 기존의 상식을 바꾼 인물들이 있다. 그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혹은 매우 드물었던 플레이 혹은 캐릭터를 누구보다도 멋지게 소화해내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른바 ‘될까?’싶었던 것을 ‘된다’로 바꿔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선 것을 비롯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다.


매직 존슨(64‧206cm)은 빅맨의 사이즈로도 퓨어 포인트가드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매직 등장 이전에도 흔치는 않지만 장신 포인트가드는 간간히 있어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장신 1번이었을뿐 매직처럼 신장을 제외한 상태에서도 기량적인 면에서 특급 반열에 오른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스카 로버트슨(196cm)이 원조 빅 포인트가드로 꼽힐만하겠으나 매직은 업그레이드 사이즈에 더해 정통 퓨어 1번으로서의 느낌이 더욱 진했다. 불규칙한 바운드로 드리블을 치다가 수비 입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찔러주는 환상적인 노룩패스는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일단 매직은 당시 어지간한 3~4번 선수와 매치업되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만큼 신장, 윙스팬, 체격이 좋았다. 그런 선수가 자신보다 훨씬 작은 선수들의 머리 위로 킬패스를 날려대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무리해서 달려들면 덩치에 걸맞지않는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가볍게 제쳐버리거나 우월한 몸빵(?)으로 밀어붙여 공간을 확보했다.


워낙 패싱능력이 출중한데다 포스트업, 페이스업에 모두 능하고 훅 슛 역시 장인 수준인지라 일대일로 그를 감당할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체능력이 한창 때였던 블랙캣 시절의 마이클 조던 조차 그의 포스트업을 부담스러워 했다. 매직은 체격조건과 기술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게임을 이끌어가는 것을 즐겼는데 그로인해 당시 LA레이커스는 몰아치는 득점에서 위력이 빛났다. '쇼타임 레이커스'로 불렸던 이유다.


1991년 HIV 보균자임을 밝히며 이른 은퇴를 하고말았는데, 만약 건강이 받쳐줬더라면 조던 못지않은 업적을 남겼을 공산도 크다. 그런 매직의 라이벌로 불리며 특유의 경쟁관계를 통해 NBA 인기를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크게 공헌한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래리 버드(67‧206cm)였다. 공교롭게 팀도 보스턴 셀틱스였던지라 언론에서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에 딱 좋았다.


매직이 장신 포인트가드로서의 끝판왕같은 포스를 과시했다면 버드는 ‘백인도 농구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입증한 테크니션이다. 지금도 흑인이 NBA의 주류인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심했다. 빌 러셀 시대만해도 경쟁력있는 백인들이 적지않게 있었지만 팀이 늘어나고 수준이 올라가면서 흑인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1994년 개봉된 우디 해럴슨, 웨스리 스나입스 주연의 농구영화 ‘덩크슛’을 보면 ‘백인은 점프를 할수 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당시 흑인외 인종을 바라보는 농구계의 시선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농구 코트에서 만큼은 흑인이 대세고 주류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냥 잘하는 것도 아닌 리그를 대표하는 백인 슈퍼스타가 나오자 팬들은 열광했는데 특히 백인 팬들의 지지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점 때문에 버드에 대해 ‘백인 프리미엄을 받은 선수다’는 오해를 하고있는 팬들도 있다. ‘잘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백인 한정일 뿐이고, 백인이라는 점 때문에 과대평가받고 있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도 안된다. 적어도 당시 버드의 플레이 영상을 몇 개만봐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외려 버드는 오랜 노력을 통해 정상급 백인 플레이어는 나올 수 없다는 편견을 깨트린 인물이다. 3년 연속 정규시즌 MVP 3회 수상이 이를 입증한다.

 


스테판 커리(35‧188cm)는 작고 운동신경이 최상급이 아니더라도 3점슛만으로 리그를 지배할수 있다는것을 보여줬다. 커리 등장 이전까지만해도 3점슛을 주특기로 하는 슈터는 이른바 조연에 가까웠다. 레지 밀러같이 드물게 한팀의 간판스타인 케이스도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우승을 하지못했고 리그내 스타중 한명일뿐이었다.


아예 한 시대를 온전히 대표할만한 슈터형 슈퍼스타는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커리가 3점슛을 앞세워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남자답지못한 플레이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던 꼰대형 상마초들도 적지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커리와 그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신흥 명가로 떠올랐으며 그들의 성공을 본 다른 팀들도 이를 따라하며 리그 트랜드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엄청난 개인기로 수비진을 뒤흔들고 운동능력을 앞세워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지 않아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세계 농구 유망주들에게 적지않은 용기와 영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올시즌 덴버 너게츠의 파이널 우승을 이끈 니콜라 요키치(28‧211cm)는 센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버드가 그랬듯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동성, 운동능력을 엄청난 BQ와 힘, 테크닉 등으로 완벽하게 메우며 정점의 기량을 과시중이다. 사실 요키치처럼 신체 능력의 격차를 다른 쪽으로 커버하는 유형의 백인 빅맨은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렵사리 경쟁력을 이어갔던 정도이지 정상급 흑인 빅맨들을 압도할 만큼은 아니었다.


요키치는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으로 포스트를 든든히 지켜내고 거기에 더해 슈터급 슈팅, 퓨어 포인트가드급 패싱능력을 앞세워 이른바 사기 캐릭터로 불리고 있다. 비 흑인 센터가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의 정점을 찍고있다는 평가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만큼 존재감 자체가 남다르다.


현재 차세대 슈퍼스타 0순위로 꼽히고있는 인물로는 단연 '웸비(Wemby)' 빅터 웸반야마(19 ‧222cm)가 있다. 규격외로 불릴만큼 사이즈부터 남다르며 거기에 더해 ‘저 신장에 저런 기술이 가능할까?’싶을 정도의 플레이를 자꾸 시도하며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사실 웸반야마 정도의 사이즈를 가진 선수가 건강한 몸으로 잘뛰고 잘달리기만해도 리그 상위권 레벨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신장이 전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웸반야마 정도로 큰선수는 그 자체가 최상급 재능이다. 웸반야마는 야망이 크다. 단순히 잘하는 정도를 넘어 역대급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않고 있다.


사이즈 대비 준수한 드리블 실력을 가지고있으며 내외곽을 넘나들며 돌파와 슈팅으로 득점을 올리는 것을 즐긴다. 3점슛, 미드레인지 등 거리에 상관없이 슛을 던지는데 무빙슛에도 거침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술 구사에 진심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전설적 센터 카림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슛마저 장착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물론 아직 한참 어리고 경험이 적은 관계로 기술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거기에 더해 NBA에서 뛰기에는 체격을 더 키워야 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많다. 현재까지의 웸반야마는 역대급 기대치를 가진 미완성 원석이라고 할 수 있다. 포지션, 플레이 스타일도 예상하기 쉽지않다. 과거 한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들이 그랬듯 웸반야마는 어떤 플레이를 통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당장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