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입증 못하면 재판 종결"…법원 결정에 피해자 반발
日기업들은 "강제동원 자료 없다"며 버티기
재판부 "피해자들 입증 못하면 재판 끝낸다"
피해자들 강력 반발하자…재판부 퇴정 명령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원고들이 재판부의 변론 종결 방침에 항의해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강제동원 관련 자료가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입증을 못하면 배척할 수밖에 없다. 다음 기일에 종결하겠다"라고 밝히자 이에 항의하던 원고 측이 퇴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0일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40여 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쟁점은 미쓰비시의 강제동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의 유무 여부였다.
원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미쓰비시 측이 강제동원 명단 등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데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쓰비시 측은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 않고 그렇기에 제출할 수도 없다'라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 줄곧 입증 방법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도 "1심 재판부는 김모씨 외에는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지금도 추가로 나온 증거가 특별히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피해자 측 강길 변호사는 "피고(미쓰비시) 측에서 명부 자체를 가지고 있으니 확인을 요청했고, 재판부에 석명권 행사도 요청했다"라며 "피고 측에서 전혀 협조가 안 되고 있다. 민사소송법 규정에 의해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석명했는데 미쓰비시 측은 자료가 없다고 한다"라며 "문서제출명령도 문서가 있는지 명확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지 않아야 (문서제출명령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재판부가 문서제출명령을 하기 위해선 문서의 존재와 소지가 증명돼야 하고, 그 책임은 신청인 측에 있다.
원고 측은 재차 "당시 징용자 현황을 적어 놓은 문서가 있으리라 추측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답했지만 재판부는 "무슨 근거인가. 애매모호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와 원고 측은 계속 충돌했다.피해자 측은"증거 자체가 한쪽에 있는 사안이다. 식민지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그 자료를 피해자들이 보유하고 있을 수 없다. 입증 못한다고 배척하면 어찌하는가"라고 항의했고, 재판부는 "입증 못하면 배척이 당연하다. 별 일이 없으면 다음 기일에 종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피해자 단체 측 관계자가 "원고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에게도 요구해야죠"라고 항의하자 재판부는 곧장 퇴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나가세요. 재판은 중간에 끼어들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가면서도 "징용은 영광이 아니라 아픔입니다. 우리 선친들의 아픔을 이렇게"라고 소리쳤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도 재판부는 "변동이 없으면 다음 기일에 종결한다"라고 말했고,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입증 책임 문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역사적 문제"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9월 14일에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곧장 뒤이어 열린 일본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강제 동원 재판 역시 마찬가지로 강제동원을 입증할 근무 기록 등 문서를 두고서 공방이 오갔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저렇게 (피해자들이) 울분에 차있는데 법률 대리인들이 뛰어야 한다. 이쪽(일본)은 했던 태도 그대로"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일부 원고 관계자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피해자들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있을 필요가 없다", "판사님은 할아버지가 일본에 안 가셨죠?"라고 말하는 등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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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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