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 할인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헌재 “합헌”

방극렬 기자 2023. 7. 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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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도서정가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책 가격의 할인 폭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도서정가제를 규정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20일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22조 4항 및 5항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했다. 이 조항은 도서 등 간행물 판매자에게 정가(定價)대로 판매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있다. 가격은 10% 이상 할인할 수 없고 포인트 적립 등의 경제적 이익은 5% 넘게 제공할 수 없다.

웹소설 작가 A씨는 “다른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격 할인 금지를 도서에만 적용해 직업의 자유, 행복 추구권 등이 침해됐다”며 지난 2020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 질서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저자와 출판사를 안정적으로 보호‧육성하고, 다양한 서점 또는 플랫폼을 유지·장려하여 소비자인 독자의 도서 접근권을 확대하려는 등의 도서정가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종이 출판물 시장에서 자본력, 협상력 등의 차이를 방임할 경우 지역 서점과 중소형 출판사 등이 현저히 위축되거나 도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진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도입 후 종이책의 매출이 감소하고, 지역 서점 매장이 줄어든 것은 인터넷의 발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도서정가제와 같은 독과점 방지 장치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고, 동네 서점과 영세 출판사 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2003년 도입됐다. 하지만 도서정가제로 할인 폭이 제한돼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고, 책 시장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출판사 경영자 등이 도서정가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당시 헌재는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를 정한 출판법 규정이 간행물 판매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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