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께 깊은 사과” 해병대, 애도 속 ‘정비 및 안전점검의 날’
안전단·조사단 파견해 조사 착수
구명조끼 지시 없었던 이유 등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20일 차려졌다. 해병대는 고인을 애도하면서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해병대사령부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병대는 일병이던 고인을 상병으로 추서 진급했다.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수해 실종 주민을 수색하던 채 상병은 전날 오전 9시5분쯤 모래 지반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 약 14시간 만에 내성천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이날을 ‘정비 및 안전 점검의 날’로 삼았다. 해병대 안전단과 수사단을 파견해 해당 부대를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안전조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진행 중이다. 예천 지역에서의 실종자 수색과 수해 복구 작업은 일시 중단됐다.
채 상병이 실종됐을 당시 수온과 유속을 고려해 현장에서는 골든타임을 약 2시간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소방당국은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생존 가능 시간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대민 지원과 관련한 재난 현장 조치 매뉴얼에는 탐침봉으로 작업하는 인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의무화하는 내용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장 지휘관이 융통성을 발휘해 판단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최 과장은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파견된 부대원들이 입을 수 있는 구명조끼와 CO2 재킷 등은 필요한 만큼 구비돼있었다고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
긴급 파견된 해병대가 현지 지형적 특성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수해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는 작업은 군·경·소방당국 등이 나눠서 했는데 이들에게 수색 구역을 배분하는 일은 소방당국이 담당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채 일병이 실종된 하천변 보문교 인근은 특히 평소에도 유속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하천 바닥이 모래여서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지반이 약해졌을 가능성까지 더해지는데 이같은 정보가 경북소방본부를 중심으로 파견 인력들에게 공유됐는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인간띠를 만들어 탐침봉 수색을 하는 것은 적절했는지, 국방부는 파견 부대에 필요한 안전 지침을 하달했는지, 부대는 그 지침을 잘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색 및 구조활동 간 반드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안전장구류를 착용하게 하는 등의 관련 지시사항이 오늘도 아침에 시달됐다”며 “현장에서 지휘관들이 여건과 상황을 잘 판단해서 이런 안전대책들을 더욱 완벽하게 강구하고 오늘 피해복구 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장병과 구조 대원들의 대민 지원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 인력도 하천변을 수색할 때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대민 지원 작업이 필요하다면, 그 작업의 내용과 평소 작전 임무가 맞는 인원을 선별해 파견해야 한다”고 했다.
채 상병의 빈소는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차려졌다. 장례는 해병대장으로 치러지며 오는 22일 영결식 후 전북 임실군 국립임실호국원에 안장된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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