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란 소각’ 분노한 이라크 시위대, 바그다드 주재 스웨덴 대사관 습격···스웨덴 대사에도 추방 명령
시위대, 대사관 벽 기어오르고 불 질러
이라크 정부 “주동자 찾아 책임 묻겠다”
이라크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최근 스웨덴에서 발생한 이슬람경전 쿠란 소각 사건에 항의하며 수도 바그다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위대 습격 사건 몇 시간 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또 다시 쿠란을 훼손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이라크는 자국 주재 스웨덴 대사에 추방 명령을 내렸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새벽 쿠란 소각에 분노한 시위대가 바그다드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 벽을 기어오르고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위를 계획한 이들은 이라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아파 성직자이자 정치 지도자인 무끄타다 사드르의 사진과 스웨덴을 규탄하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스웨덴 대사관에 집결했다.
SNS에 공개된 동영상엔 남성 수십 명이 대사관 울타리를 타고 넘어가는 모습과 정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대사관 진입에 성공한 일부 시위대는 상의를 벗은 채 사무실로 추정되는 방에서 경보음을 울리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스웨덴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대사관 공격은 국제 협약 위반”이라며 “이라크 당국에 외교 공관과 직원 보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라크 외교부도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주동자를 찾아 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시위대가 스웨덴 대사관을 공격한 이유는 지난달 28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이슬람 예배당(모스크) 외곽에서 발생한 쿠란 소각 사건 때문이다. 스웨덴 당국이 허가한 집회에서 이라크 출신 살완 모미카가 갑자기 쿠란을 찢고 불태웠다. 그는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폭력 시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으나 습격 사건 몇 시간 뒤 스톡홀름에 있는 이라크 대사관 앞에서 모미카가 또 다시 쿠란을 훼손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
이라크는 이날 스웨덴 대사에 추방 명령을 내리고 스웨덴 주재 이라크 대사대리에게도 철수 명령을 내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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