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먹은 십원빵 저작권 침해' 한국은행에 "융통성 없어"

박서연 기자 2023. 7. 20. 16: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픈넷 "위·변조라고 볼 수 없는 창조적·놀이적 변형도 문제 삼아"
십원빵 2019년 탄생… 한은, 지난해 5월 제조업체들에 저작권 침해 공문
지난달 21일 한은 "십원빵 제조업체와 디자인 변경 방안 협의 중"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한국은행의 융통성 없는 결정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조속히 십원빵에 대한 저작권 침해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19일 사단법인 오픈넷이 <십원빵 400개로 십원빵을 살 수 있냐>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오픈넷은 “한은은 화폐 위·변조 행위와 위·변조 심리 조장을 우려하며 화폐도안의 사용에 간여해왔는데 이와 같은 측면에서의 한은의 대응은 납득할 만하다”고 했다.

그러나 오픈넷은 “문제는 한은이 저작권을 들어 위·변조라고 볼 수 없는 화폐도안의 창조적 변형, 놀이적 변형 등과 같은 문화적인 이용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대중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21년 9월17일 경주 황리단길을 방문해 십원빵을 먹고 있다. 사진=경주십원빵 SNS 갈무리

십원빵은 2019년 경주의 한 제조업체가 황남동 일대인 황리단길에 가게를 차려 팔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일부 업체는 프랜차이즈화했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도 매장을 냈다. 지난달 21일 언론 보도들을 보면 한은과 한국조폐공사 등은 지난해 5월 십원빵 제조업체들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도안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하자,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관계 당국은 법적 대응을 검토했으나, 한은 측은 “십원빵 제조업체와 디자인 변경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1년 9월17일 후보자 시절에 경주 황리단길을 방문해 십원빵을 먹어 언론에 보도됐다.

오픈넷에 따르면 한은이 지적한 대표적인 화폐도안의 오용 사례는 △TV광고 소재로 화폐도안을 사용하는 경우 △만 원권을 컴퓨터로 스캐닝한 후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세종대왕 초상을 특정 인물로 바꾸고 광고 구호를 삽입하는 등의 광고 소재로 사용한 경우 △만 원권 세종대왕의 얼굴을 웃는 모습으로 희화화하고 액면 숫자를 변경하는 것 △화폐가 무더기로 쌓인 이미지를 천에 인쇄해 만든 방석 △ 속옷에 지폐와 수표를 인쇄한 팬티 등이다.

오픈넷은 “실물화폐와 엄연히 구별할 수 있는 화폐도안의 문화적인 이용과 변형에까지 한은이 개입하는 것은 권위주의적이고 후견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아무리 한은이 화폐도안을 저작권법상 미술저작물로 정식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한은의 화폐도안 이용에 대한 개입은 저작권법의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앤디 워홀은 달러 지폐를 변형 없이 이미지 그대로 여러 장을 실크스크린했다. 실크스크린은 판을 완성해 단시간 내에 수십 장 찍어내는 판화 기법이다. 오픈넷은 “주로 상업디자인 인쇄기법으로 사용되는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캠벨수프, 브릴로박스 등 당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상품을 반복적으로 찍어낸 앤디 워홀의 연작은 자본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당시에도, 오늘날에도 어느누구도 앤디 워홀의 달러 지폐 실크스크린 연작을 두고 저작권 침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십원빵이 저작권법을 침해한다는 주장 또한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저작권법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조항을 보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오픈넷은 “핵심은 원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이 원저작물이 가지고 있는 실제 가치를 차용 또는 훼손하는지다. 십원빵 제조업체는 10원 동전의 도안이 자아내는 것과 비슷한 감흥을 일으키려고, 또는 10원 동전을 대신하려고 십원빵을 만든 것이 아니다. 십원빵 400개로 4000원짜리 십원빵을 살 수 없으니 십원빵은 해당 조항으로 보호된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돈방석과 돈팬티와 같은 캐릭터 상품 및 광고 소재로 활용된 변형 화폐 이미지 등도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따른 결과물이라고도 했다.

저작권법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조항을 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해 공표한 저작물이나 계약에 따라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오픈넷은 “한은은 국가 예산을 관장하는 기관으로서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특수법인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행법'이라는 별도의 법으로 규율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은이라는 기관과 화폐라는 재화의 공공적 성격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장려하는 저작권법의 정신을 존중해 화폐 위·변조의 직접적인 시도를 제외하고 화폐도안의 문화적 이용에 있어서는 화폐도안을 공공저작물과 유사하게 보아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오픈넷은 “화폐도안의 이용을 금지하거나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 행위를 금지하거나 위축시켜 문화와 예술의 발전과 향상을 저해한다는 것을 한은이 부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