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오데사 이틀 연속 폭격...젤렌스키 “중국行 곡물 6만톤 사라져”
러시아군의 미사일과 드론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를 18,19일 이틀 간 집중 공격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공격으로 사라진 6만 톤의 곡물은 중국으로 갈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밤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단지 우크라이나와 우리 국민의 생명만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 공격으로 항구에 적재된 100만 톤의 식량이 공격 받았고, 이는 오래전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로 갔어야 할 분량이었다. 지난 밤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항구 터미널에는 6만 톤의 곡물이 저장돼 있었고, 이는 중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러시아의 이번 테러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작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화물선의 흑해 일부 루트 운항을 허용하는 곡물수출협정을 맺었다. 러시아는 그러나 지난 17일 “러시아의 식품, 비료에 대한 수출 관련 협정은 이행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했다”며 이 곡물수출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협정 덕분에 작년 한 해 3200만 톤의 해바라기 식용유와 옥수수, 보리, 밀 등을 전세계에 수출할 수 있었다.
이후 러시아는 이 흑해곡물협정의 수출 허브(hub) 도시인 오데사에 대한 집중 공격에 나섰다. 오데사는 1794년 러시아 제국의 예카테리나 2세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빼앗은 뒤, 현대적인 해상 관문으로 발전시킨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이러한 ‘역사적 해석’을 거부하며, 오데사는 예카테리나 2세 이전부터 중요한 항구였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입의 70%는 바다를 통해 이뤄졌고, 이 해상 무역의 3분의2가 오데사를 둘러싼 세 곳의 항구를 통해 이뤄졌다.
작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도, 오데사 공격은 자제했다. 침공이 곧 러시아의 신속한 승리로 마무리되고 나면, 오데사 항구의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뉴욕타임스는 “오데사에 대한 첫 폭격도 침공 시작 한 달 뒤에 이뤄졌고, 그나마 시의 외곽을 겨냥해 희생자도 보고되지 않았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함은 오데사 해안을 위협하면서도, ‘흑해의 진주’로 알려진 이 도시를 파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 군은 이 오데사 항구의 기간시설을 파괴해서, 단지 해상에서 곡물을 적재한 화물선을 차단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한편, 유엔은 작년 한 해 동안 곡물수출 협정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곡물의 47%는 스페인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와 같은 ‘고소득 국가’에, 26%는 터키ㆍ중국과 같은 ‘중상위소득 국가’, 27%는 이집트ㆍ케냐ㆍ수단과 같은 ‘저소득 국가’에 수출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무역 외에, 철로로 폴란드를 거쳐 발트해 항구로 가거나, 루마니아의 콘스탄타 항구로 우회해 수출할 수 있다. 실제로 침공 이후, 우크리아나 곡물의 10%는 폴란드를 거쳐 해외로 수출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철도의 선로 폭은 유럽의 다른 철도보다 좁은 협궤라, 수출 곡물은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또 동부유럽의 철도 네트워크가 이 수출 물량을 충분히 운송하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이 폴란드ㆍ헝거리ㆍ루마니아ㆍ불가리아ㆍ슬로바키아 등지에 정체돼 현지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켰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9월15일까지 역내로 우크라이나 곡물이 수출되는 것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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