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전기요금을 더 낼까? 사용량을 줄일까?

2023. 7.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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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올 여름도 연일 30도가 넘는 더위가 극성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TV, 냉장고, 전자레인지처럼 에어컨 사용이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몇 년 전부터는 가스레인지나 휘발유차 대신 전자레인지와 전기차 보급도 늘어났다.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다. 그 결과, 전력회사의 누적적자는 44조원을 넘어 경영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심지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저장장치 확대, 전력망 지능화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제 정부와 국민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전기요금 인상 원인에 공감하고 요금을 더 낼 것인지, 아니면 전기화시킨 기기나 가전제품을 다시 석유나 가스제품으로 전환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전기사용량을 줄여 요금 부담을 덜어야 할 것인지의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전기소비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통계청 자료를 종합하면 2022년 말 국민 1인당 전기소비량은 1만 600kWh로 주요 국가 중 캐나다,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다.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에 따라 소득이 늘고 전기제품 보유가 많아지면서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보다 30% 정도 전기사용량이 많다. 즉, 석탄,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보다 품질과 편리성이 우수하고 요금도 저렴해 전기사용 전환이 늘어난 만큼, 요금이 인상되면 기업이나 상점, 식당은 물론 가정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1인당 전기사용량, IEA·통계청

이런 관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응하는 해법은 세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먼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지역 단위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복합된 차세대 전력 체계다.

수요와 공급 메커니즘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둔화시키려면 저렴한 발전시설을 늘려야 한다. 그럼에도 석탄발전소는 연료비와 건설비가 상대적으로 싼 잇점이 있으나 지구온난화 방지, 미세먼지 억제, 탄소중립 목표달성 등으로 적용이 곤란하다. 원자력이나 신재생발전도 연료비 측면에서는 유리해도 대도시 주변에 건설이 어렵고 입지선정과 환경영향평가, 건설 기간과 송배전시설 투자 부담도 크다. 결국, 투자와 유지비 최소화를 위해서는 지역별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마을이나 지역별로 신재생에너지와 전력저장장치, 스마트홈, 빌딩과 지능형 제어장치로 구성하고 전기자동차와 연동, 운영하여 연료비나 유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구축 기간과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초기에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마을이나 지역에서 대학 캠퍼스, 산업단지, 병원, 군부대 등 범위를 커뮤니티 단위로 확대한다면 시장은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지역별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가 전국 단위로 확대돼 전력계통에 연계되면 궁극적으로는 전국 단위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ESS, 풍력, 태양광, 에너지관리시스템, ICT 등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성하는 각 단위 산업의 동반성장이 뒤따르게 된다.

두번째는 과감한 에너지 절약 실천과 이용효율화시스템 도입이다. 단기적으로 전기소비 절약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 방법은 별도 예산 추가없이 수요를 줄여 전력회사의 투자비를 낮추고 적자 폭을 줄여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덜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장소마다 에너지이용 효율화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시스템 도입은 최대 20%까지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요금절감이 가능하다. 주된 기능으로 센서(IoT)와 계량장치 기반으로 전등이나 냉난방기기, 화장실 비데와 냉온수기, 업무용 컴퓨터 등을 모니터링하고 근무시간 이외에는 자동차단해 손실과 소비 최적화를 구현한다. 현재 대학에서는 기본 기능 외에 전기차의 전력저장장치 활용, 자율주행차 연계 등 보다 고도화된 스마트에너지타운시스템 성능을 개발 중이다.

전기사용 절감 에너지이용 효율화시스템 도입

마지막은 현행 전기사용과 요금 지불 방식의 유지다. 기후위기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선도,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친환경에너지 대체를 미룰 수 없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을 확대하려면 전력회사는 막대한 비용을 추가 투자해야 하므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 인상 규모는 현재 선진국과 차이가 4배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최소한 두 배에서 세 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사용량 절감은 글로벌 기후위기 해결 방안과 연계돼 있다. 지구온난화 온도상승 제한치가 2050년 1.5℃로 정해져 있어 화석연료 사용 최소화와 신재생에너지원 확충, 전기차 전환 등을 구현해야 한다. 이런 현안 대응은 단기적으로 에너지절약운동을 전개하면서 에너지이용 효율화시스템 도입과 전기사용 최적화로 전력회사와 소비자의 요금인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전력설비의 최적 발전과 소비로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과 제품은 국내 에너지전환에 기여 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시장을 선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선택은 정부와 정치권, 국민의 몫이다.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필자〉황우현 교수는 중앙대 전기공학과 졸업 이후 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산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2009년 기술기획팀장, 스마트그리드 실증 총괄부장을 거쳐 20014년부터 스마트그리드와 전력저장장치 사업개발 처장을 담당했고, 2015년부터 에너지신사업단장으로 근무하며 스마트에너지빌딩, 타운, 시티 구축, 전기차 충전장치 확산,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국내외 사업을 총괄했다. 2017년 한전 제주본부장, 2018년 인재개발원장을 거쳐, 2020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2022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에너지타운 등 상용화 정책개발과 연구, 강의하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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