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갖은 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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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낡은 곳에서부터."
최현숙(66)은 2013년 구술생애사 작가로 첫 책을 낸 이후 지금까지, 책에 사인을 할 때마다 이렇게 쓴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귀를 쫑긋 세운 채로.
만 58세가 될 때까지 '도○'으로 표현해야 했을 정도로 강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던 습관, 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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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낡은 곳에서부터."
최현숙(66)은 2013년 구술생애사 작가로 첫 책을 낸 이후 지금까지, 책에 사인을 할 때마다 이렇게 쓴다. 그리고 정말로 '낮고 낡은' 현장을 가면 그가 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귀를 쫑긋 세운 채로.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를 하면서, 태극기 부대 노인의 가난한 남성성을 탐구(할배의 탄생, 2016)하고, 경북 산골짜기 농민 할머니들의 생명력 넘치는 서사(할매의 탄생, 2019)를 캐냈던 그가 2020년부터는 서울역으로 옮겨와 홈리스 현장에서 활동하며 늙음과 죽음, 빈곤을 글의 주재료로 삼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이야기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 놀랍도록 솔직하고 거침없다. 만 58세가 될 때까지 '도○'으로 표현해야 했을 정도로 강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던 습관, 도벽. 존재를 위축의 늪으로 내몰았던 고약한 체취. 10대와 20대를 장악했던 모멸감과 수치심의 깊은 뿌리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노년의 섹슈얼리티, 노쇠한 몸, 독거노인의 빈곤 등 일상적 소재에 대한 내밀한 사유를 노골적이고 분방하게 드러낸다. '정상 규범' 같은 억압적 단어 앞에서 두려움에 떨어본 적 있는 이라면, 필경 그의 산문에 모종의 동질감과 위로, 그리고 해방감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소문일 뿐이기에.
"세상의 갖은 정상 타령과 불안과 혐오, 소문과 속임수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들도 모았다. 나를 까발린 이유는 우선 나부터 좀 후련해지기 위해서고, 까발려야 제대로 통과하기 때문이며, 내 사례를 통해 혹 각자가 처했었거나 처해 있는 수렁과 두려움에서 직립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서다. (7쪽)"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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