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긁힌것 쯤이야”...몇분만에 깨끗해지는 ‘미래 나노기술’ 공개

현대차·기아, ‘나노 테크데이’ 개최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 등 6개 기술 발표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 태양전지’도 주목
“車유리 넓어지면서 나노기술 활용 커질것”

손상된 차량 부품 표면이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로 회복되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현대차·기아

회사원 A씨는 출근길 좁은 주차장을 빠져나오다 자동차 범퍼를 벽에 긁었다. 내려서 보니 가벼운 스크래치라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차량에 적용된 ‘셀프 힐링’ 기술로 몇 분 내 원상 복구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B씨는 한여름이면 지하 대신 야외에 주차한다. 고효율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글라스에 부착된 특수 필름 덕에 차 내부가 뜨거워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A씨 차량에 적용된 기술은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이고, B씨 차량에는 ‘탠덤 태양전지’와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장착돼 있다. 이 기술들의 공통점은 ‘나노’다. 작은 크기 단위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들었기에 이처럼 명명했다.

20일 현대차·기아는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열고,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근간이 될 6개의 나노 신기술을 공개했다.

우선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 외관·부품에 손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 때문에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한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자율주행 부품인 카메라 렌즈·라이다 센서 표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탠덤 태양전지의 크기별 셀(오른쪽)과 모듈(왼쪽 2개)의 모습. 현대차·기아

‘탠덤 태양전지’란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것이다. 두 개 태양전지를 적층해 서로 다른 영역대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 35% 이상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엔진룸 덮개·차 상단 패널·문 등 태양광을 직접 받는 부위에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루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 20㎞ 이상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 적용된 모형과 일반 열차단 필름이 적용된 모형의 온도 비교. 현대차·기아

또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에너지 소비 없이 내부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으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활용했다. 특히 차량 유리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 기술개발을 진전 시킨 건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일 정도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밖에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투명 성능이 요구되는 창에 적용할 수 있는 ‘투명 태양전지’ ▲압력만으로 사용자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가 나노기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홍승현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은 “전동화 차량을 비롯한 목적기반차량(PBV)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의 유리 면적이 넓어지는 추세에 따라 나노기술 활용도는 점차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력 감응형 소재가 적용된 폼을 누르자 열이 발생되는 모습. 현대차·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