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4대강 보 해체 재검토 요구 "과학적 분석 반영한 처리 방안 마련"
"문 정부 국정과제 시한 이유로 불합리한 경제성 분석 수행"
결정 주도한 위원회 위원들도 특정단체 추천으로 편향적 구성
4대강 찬성론자는 'N'으로 표기해 전문위원에서 배제 관철
감사원,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등 검찰에 수사 의뢰
감사원은 20일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등에 대한 감사결과,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 등 평가가 불합리하게 된 것을 확인했다"며,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보의 처리 방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검토'할 것을 환경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특히 환경부가 김은경 당시 장관의 지시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특정 단체의 추천 인사들로 관련 위원회들을 구성해 보의 처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날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관련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환경부가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보 처리 방안 마련의 시한을 이유로 과학적·합리적 방법 대신 타당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방법을 사용해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했다고 감사 결과를 밝혔다.
보 처리 방안이 당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신속한 추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2019년 2월이라는 시한에 맞춰 서두르다 보니 타당성이 없는 경제성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보 해체를 결정하는데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으로 이뤄졌다. 보 해체 시의 소요 비용보다 기대 편익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결론은 세종보와 죽산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를 해체했을 경우 기대되는 편익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당시 환경부가 채택한 것이 보를 설치하기 이전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물론 해당 논의 과정에서도 보를 건설하기 이전의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형상의 변화, 오염물질 유입으로 인한 수질 지표(COD) 값의 증가 추세, 보를 대표하는 측정지점에서의 측정 자료 부재 등으로 '보 해체 후'의 상태를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2019년 2월까지 보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보고한 만큼 이런 경제성 분석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보 설치 전' 측정 자료를 사용해 분석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비교시점과 산정 방법에 따라 동일한 보에서 B/C 값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거나 음(-)의 값을 갖는 등 경제성 분석 결과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환경부는 '보 해체 후' 수질 및 생태계 상태가 '볼 설치 전'과 같다고 보고, '보 설치 전' 측정 자료를 사용하여 산정한 값을 근거로 보 해체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 과정을 주도적으로 논의한 것이 바로 4대강 조사·평가단 내에 꾸려진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였다.
그런데 이 위원회의 구성 역시 편향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전문위원회는 관련 부처와 유관 기관 등의 추천을 받은 43명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되고, 또 이 43인 중 선정한 8명의 민간위원 및 환경부 공무원 7인 등 15명으로 기획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런데 이 43명의 전문위원 중 25명, 즉 58.1%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됐고, 여기에는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의 개입과 지시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기획위원회의 민간위원 8명 또한 이 단체에서 추천했다.
특히 해당 단체는 전문위원들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인사들을 배제할 것을 환경부에 요구했고, 실제 관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가 'N'로 표기해 배제를 요청한 41명이 모두 전문위원에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감사원은 김 전 장관 등 환경부 관련자들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아울러 한화진 현 장관에게는 "특정 단체가 위원 선정에 관여하도록 허용한 환경부 단장에 대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그 비위내용을 통보하고, 위원회 위원 선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환경부 팀장에게 주의를 줄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특히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과 관련해서는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기초자료가 적절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 없이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한다"고 밝혔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묻지마 테러? 해외 우편물 뜯었더니 '마비 증상' 왔다[영상]
- 중학생인줄 알고도 성관계…공기업 남직원 '법정구속'
- '나는 솔로' 15기 광수-옥순 깜짝 결혼 발표 화제
- 새 보금자리에서 '으르렁'…'갈비뼈 사자' 근황 공개[이슈시개]
- 감자칩 1조각으로 1600만원 마련한 10세 소녀…무슨 사연?
- '학대 논란' 거제씨월드 돌고래 또 폐사…고래류 12번째 죽음
- 감사원, 4대강 보 해체 재검토 요구 "과학적 분석 반영한 처리 방안 마련"
- 시민 폭행한 소방관 선처받아…"외상후스트레스 영향"
- '대전 영아살해' 친모 재판행 "선천성 질병…키울 자신 없어"
- 환자 항문에 패드 넣은 간병인…"변 처리 쉽게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