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거짓 주장…학폭위 취소하면 끝인가요?”
학폭위 예정됐지만, 갑자기 취소돼
무고행위 규명원했지만 기회 소멸
“고의 무고일 경우 구제절차 없어”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등학교 담임교사의 극단 선택을 두고 우울증 혹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진 20일 강서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학교 현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제보를 해 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A씨는 이날 “자녀의 학교에서 벌어진 사례를 언급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권 추락은 물론, 악성 민원, 무고성 행위가 종종 불거진다”고 밝혔다. 특히 의도를 가진 무고성 악성 학폭 신고에 당사자가 미처 대응할 수도 없는 환경이어서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그런 일을 직접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은지가 같은 반 친구를 따돌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내용의 전화를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A씨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평소 은지가 친구들을 잘 챙기고, 학폭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학생과도 잘 지내는 것을 알기에 교감선생님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며 “교감선생님에게 무슨 내용으로 신고가 된 건지 물었지만 따돌림 외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A씨는 학폭위로부터 이달 13일 출석을 통보받으며, 그때야 신고 사유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상대측이 학폭을 주장하는 내용은 3건이었다. 우선 5월13일 학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하는 학급 모임에서 은지가 다른 친구에게 “상대 학생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자”라고 했고, 이 내용을 상대 학생의 어머니가 들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은지가 다른 학생들과 웃고 있다가도 상대 학생을 볼 때면 웃음을 그치고 무표정으로 바뀌어 상대 학생이 무서움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5월16일 상대 학생이 다른 친구와 장난을 치고 있는데 은지가 그 친구에게 ‘단톡방 모임을 하자’고 말해 상대 학생을 혼자 남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A씨는 “신고 이유를 알고 나니 너무나도 황당했다. 허위 사실임을 확신했지만, 혹시 사실이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 사이에 이 정도 행위가 학폭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의아했다”며 “학급 모임 날 밤에 상대 어머니가 즐거웠다며 단체 밴드에 글까지 올렸는데, 그날 학폭이 있었다고 신고했다는 사실이 납득가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개월간 아이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수차례 상담을 받았고, 저는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 견뎠다.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손해를 다 떠안은 채 억울함을 벗을 날만 기다렸는데 너무 허탈했다”면서 “그동안 우리 아이와 가족이 당한 고통은 도대체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현 제도에선 일방적인 주장이더라도, 학폭 요건에 맞지 않더라도 학폭 심의 절차가 진행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가정이 허위 사실임을 다 밝혀내야 한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담임선생님은 중립 의무 때문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한다”며 “학폭이 아니거나 허위 신고임이 밝혀져도 신고자를 제재할 수단도 없다.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학폭을 제기해 상대방 아이와 학부모를 괴롭힐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학폭 신고 자체가 움츠러들면 안 되겠지만, 최소한의 거름 장치는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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