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공포증’ 싹 사라져요…고령자 체험장 가보니[현장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키오스크(무인주문기)가 있는 가게에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키오스크 체험존에서 차분하게 익히고 나니까 자신감이 붙네요. 키오스크 사용이 두려운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어요.”(김혜순·74)
지난 12일 오후 대전 중구청 정보화교육장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 체험존. 스마트폰·컴퓨터기초과정 등의 교육을 마치고 나온 고령자들이 ‘키오스크 체험존’ 앞에서 줄지어 전문 강사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고 있었다. 중구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키오스크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이 체험존을 최근 설치했다.
카페·음식점·극장 등은 물론 의료기관에서까지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 ‘국민의사’로 불리는 이시형 박사(89)도 “차 한 잔이라도 주문할 때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늘어 고령자들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각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은 키오스크에 대한 고령자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이같은 체험장을 설치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유성실버복지관·대덕노인종합복지관 등에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대전 중구의 경우 2종류의 체험용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하나는 ‘햄버거주문’, ‘영화표예매’, ‘병원접수’ 등 다중 이용시설을 방문한 상황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접수나 주문을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다른 하나는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다양한 메뉴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들, 키오스크 사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천천히 해보세요. 먼저 큰 메뉴부터 찾고, 세부 메뉴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매장에서 먹을 것인지, 포장해 갈 것인지도 선택하시고요. 마지막에 카드로 결제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디지털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전문가인 최치영 강사(53)가 키오스크 체험존을 찾은 고령자들에게 이용 방법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체험존에서 시행착오 끝에 키오스크를 이용해 햄버거를 사고, 영화표도 예매하고, 병원 접수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배옥희씨는 “동네 무인카페에 갔는데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방법을 몰라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에게 전화해서 설명을 듣고 간신히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면서 “여기에서 미리 연습해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정목씨(72)도 “서울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갔다가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해 끝내 밥을 먹지 못한 적이 있다”면서 “고령자들이 키오스크에 익숙해지는 것은 생존의 문제처럼 여겨지는데 여기에서 체험한 이후에는 키오스크를 한결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 강사는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에게 “키오스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이 체험존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중구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주제로 한 특강도 오는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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