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인 잃은 운동화 한 짝 천장에…참혹했던 그날의 오송

청주(충북)=김지은 기자 2023. 7.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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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낮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 이곳에는 지난 15일 벌어진 침수 사고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고 이후 '오송지하차도를 통제해달라'는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지난 17일 국무조정실이 충북경찰의 부실대응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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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천장에는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보여주는 운동화가 매달려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20일 낮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 이곳에는 지난 15일 벌어진 침수 사고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천장에는 운동화 한 짝이 나뭇가지들에 얽혀 매달려있었다. 바닥엔 아직 물이 흥건했고, 페트병과 박카스 병, 치킨 박스, 자동차 부품, 공업용 코팅장갑, 비닐봉지가 나뒹굴었다.

20일 오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바닥에는 약통, 자동차 부품, 치킨박스, 양말, 운동화 등이 곳곳에 있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국가수사본부는 지하차도 내 배수펌프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인근 미호강 제방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1시간 가량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에는 국가수사본부 관계자 14명, 경찰청 지원인력 13명,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관계자 9명, 행정안전부 관계자 9명 등 총 4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궁평2지하차도 내부와 미호강 제방 설치 등을 정밀 분석했다.

노란색 폴리스라인을 걷어내고 지하차도 내부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졌다. 임시 조명이 없으면 걷기 힘들 정도였다. 지하차도 중앙부는 바닥을 진흙이 덮고 있었다.

20일 오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있는 펌프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은 지하 차도 중앙에 위치한 펌프실에 들어가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이곳에는 차오르는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장비인 배수펌프가 총 4개 있다. 펌프실 문을 개방하자 쇠파이프로 된 배수로가 눈에 들어왔다.

이균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사고 당시 배수펌프 시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정상 작동됐는지 여부 등을 정밀 감식해봐야 한다"며 "지하차도 밖에 3D(3차원) 스캐너도 설치해 전체적인 구조물이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미호강 근처에 파란색 방수 천막이 덮여 있고 그 밑에는 모래 주머니들이 5줄 넘게 쌓여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같은 시각 경찰은 미호강 근처에서도 제방 붕괴 원인을 살펴봤다. 이번 참사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제방이 무너져내리면서 발생했다. 빗물로 불어난 미호강 강물은 오송지하차도를 한 번에 덮쳤다.

붕괴됐던 제방은 파란색 방수 천막으로 덮여 있었고 그 밑에는 모래 주머니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3D 스캐너 두 개를 설치했다"며 "제방의 끝과 끝 부분을 확인한 다음 설계 취약점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씨는 "참사 전날에도 미호강 근처에서 택시를 운행했다"며 "그 때도 흙물이 떠내려갈 정도로 비가 쏟아졌는데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 누구든 관청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 정도 피해는 없었을텐데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송 사고와 관련해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사고 이후 '오송지하차도를 통제해달라'는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지난 17일 국무조정실이 충북경찰의 부실대응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송영호 충북청 수사부장이 맡고 있는 수사본부장을 김병찬 서울청 광역수사단장으로 교체하고 총경 2명과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6개팀 등 50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실 수사인력 68명, 피해자보호·과학수사·법률자문 등 지원인력 70명을 포함해 138명 규모의 수사팀이 꾸려졌다.

청주(충북)=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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