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키신저 접견... “100세에 100회 방중, 오랜 벗 잊지 않는다”
저우언라이와 회담한 곳서 회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중국 인민의 오랜 벗’으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100)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접견했다. 시진핑은 특별히 키신저가 1971년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를 만났던 국빈관 5호 건물에서 그를 영접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키신저를 이곳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중국 국영 CCTV는 이날 “시진핑 주석과 키신저 박사가 만나는 장소는 키신저가 과거 저우언라이를 만났던 국빈관 5호 건물”이라면서 “반세기가 지났지만 중국은 여전히 라오펑유(오랜 벗)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시진핑은 이날 “키신저 박사가 얼마 전에(5월) 100세 생일을 보냈는데, 중국 방문 횟수도 이미 100회가 넘어간다. 이 두 개의 ‘백(百)’이 합쳐지니 박사의 방중 의미가 특별하다”면서 “마오쩌둥 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박사가 탁월한 전략적 혜안으로 중·미 합작의 옳은 선택을 했고, 중·미 관계 정상화의 여정을 열어 양국에 이익을 주고,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했다. 이어 “당신이 중·미 관계 발전과 중·미 양국 인민의 우정을 위해 역사적인 공헌을 했던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키신저는 이에 “중국을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우리 양국(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세계 평화와 인류 사회 진보와 직결돼 있다”고 했다.
CCTV는 “키신저 박사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미·중은 ‘대화’를 해야 하고, ‘대항’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들의 방중은 ‘중·미 관계는 선택형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처리할지 반드시 답해야 하는 문제’라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키신저는 지난 18일 중국 방문 직후 가장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 국방부장(장관)을 만났고, 19일에는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했다.
중국 지도부가 가장 신뢰하는 미국 인사인 키신저는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주춧돌을 놓은 주역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1971년 7월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와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핑퐁 외교(1971년 미·중 탁구대표팀 간 친선경기) 또한 그가 설계했다. 키신저의 방중은 이듬해 2월 방중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으로 이어졌다. 이때 두 정상은 공동성명인 ‘상하이 코뮈니케(공동선언)’에 서명했고, 미·중 수교(1979년)의 발판이 됐다. 닉슨의 방중은 6·25전쟁 이후 중국과 적대 관계이던 미국이 중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메시지였고, 중국은 아직도 당시 미·중 정상의 만남을 ‘얼음 깨기(破冰·파빙)’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악수’로 부른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미·중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베이징에서 키신저를 만났다. 가장 최근은 2019년 11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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