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실이 증권사로 불똥?...“충당금 쌓아라” 금감원 경고한 까닭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7. 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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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부동산 리스크 점검
관련 위험 관리 가능 수준이나
부동산 침체 장기화시 추가 부실 우려
회수 불가능 PF 채권 빠르게 청산 유도
해외 자산 손실시 재무제표 적시 반영
[사진 = 연합뉴스]
국내외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금리 시기 투자한 해외 부동산은 가격 하락은 물론 거래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리스크 지표 등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관리할 방침이다.

20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국내 증권사 10곳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과 간담회를 갖고 “부동산 익스포져 부실화가 증권사의 건전성·유동성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증권사는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도 할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져(투자 결과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의 비중이나 금액) 관련 리스크는 현재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나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 부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먼저 연체율이 급격하게 올라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전성 강화를 당부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15.88%다.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타 금융투자 업권의 연체율이 5% 미만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일뿐만 아니라 2021년말 3.71%에서 지난해말 10.38%로 상승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빠르게 청산함으로서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황 부원장보는 “최근 업계와 당국의 노력으로 PF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연체율이 지속될 경우 업계 전반에 대한 평판 약화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산건전성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조속히 상각하는 한편 사업성 저하로 부실이 우려되는 PF대출에 대해서도 외부 매각, 재구조화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건설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국내 증권사들이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했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 해외 대체투자 중 미매각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9398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도 “해외 대체투자는 건별 금액이 크고, 지분이나 중·후순위 대출이 많아 건전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상시적으로 자체 점검을 해서 투자대상 자산의 손실 징후가 발생하면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금리 시기에 국내 증권사들은 확충한 자기자본과 대출로 해외 부동산을 매수한 뒤 이를 다시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되팔면서(셀다운) 중개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자산가치 상승과 함께 임대수익료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평가받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인수한 부동산 자산을 다시 매각하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5년간 2급 해외 오피스 빌딩에 투자 익스포저를 집중적으로 늘렸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에서 대형 사무용 빌딩들에 대한 투자가 잘못돼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한국의 투자를 언급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2급 오피스 임차 수요가 감소하고 1급 오피스로만 몰리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급 오피스들은 임대 수익이 감소하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엄청난 개보수 비용을 지출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투자자들이 2017년~2022년 사이 런던과 파리 금융지구를 위주로 90개 이상의 유럽 부동산을 각각 2억 유로(280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매입했는데 지난해 두곳 건물가치가 20% 이상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런던에서만 한국 기업이 소유한 대형 빌딩이 최소 6개 매물로 나와있다고도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익스포져 리스크에 대한 금감원의 문제 인식과 대응 방안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 조치를 통해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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