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파티’ 감동 어디 가고… KBS, 日서 ‘가요대축제’ 밀어붙이기?[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3. 7.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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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BS 가요대축제’ 피날레 무대 영상 캡처



KBS가 ‘가요대축제’의 일본 개최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KBS 제작2본부 예능센터는 KBS 시청자센터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 반대 글에 글로벌 페스티벌로의 도약을 꾀한다는 답변을 남겼다.

이들은 “팬데믹으로 막혀있던 해외 공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 가수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글로벌 팬들의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KBS 가요 대축제’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뮤직뱅크 월드투어- 글로벌 페스티벌 (가제)’로 확대하여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팬들을 위한 더욱 풍성한 K-팝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그러나 시청자는 응원 대신 또다시 청원글을 게재했다. 20일 KBS 시청자센터 청원 게시판에는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를 철회하라’라는 제목으로 “국민에게 수신료를 걷어 일본인들과 연말 축제를 하겠다는 거냐. 답변한 ‘뮤직뱅크 월드투어’와 연말무대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글로벌 팬의 요청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앞세워 티켓값 좀 더 벌겠다는 심산”이라는 강력한 반발 의견이 공개됐다.

지난달 KBS가 올해 연말 진행될 ‘2023 KBS 가요대축제’의 일본 개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반대 여론이 이어져 왔다. 쏟아지는 청원글과 비난에도 묵묵부답이었던 KBS 측이 한 달 만에 답변을 내놨지만, 이는 대중을 전혀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의 연말 시상식이 ‘글로벌 팬들’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해외 개최를 검토한다니 당연히 납득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시상식을 개최해온 국내 주최 시상식은 엠넷의 ‘마마(MAMA) 어워드’ 뿐인데, 엠넷이 철저히 사기업이라는 대전제를 차치하더라도 엠넷은 시상식명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로 변경하며 글로벌 이미지를 강조해야하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더욱이 당시에는 비교적 K팝의 위상이 미약하기도 했다.

그런 ‘마마’의 꾸준한 해외 개최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아시아를 아우르는 시상식이라고는 해도 K팝 가수가 대부분인 데다, 이제는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해외의 어느 유수 시상식도 자국 대신 해외 개최를 택하진 않는다. 전 세계의 가수가 오르고 싶어하고 전 세계의 음악 팬이 보고 싶어하는 무대를 만들고, 그들을 모두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게 진정한 ‘글로벌’ 시상식이고 축제이다.

더욱이 KBS는 이미 독자적으로 ‘뮤직뱅크 월드투어’라는 일종의 콘서트 형식을 통해 해외 팬들과 만나고 있는 만큼, 굳이 연말 시상식까지 해외에서 개최 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애초에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이란 한 해 동안 활약했던 국내 스타들이 국내 팬들과 함께 즐기며 그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여기에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이유를 들이대며 해외 개최를 논하는 것은, 과거 2018년 진행된 ‘가요대축제’에서 진정한 한국 가요계의 대축제를 보여줬던 KBS만의 정신을 잃은 듯한 행보다.

당시 ‘가요대축제’의 피날레 무대에는 원로 가수 김연자와 이날 시상식에 출연했던 모든 아이돌 그룹이 한 무대에 올라, 김연자의 히트곡 ‘아모르파티’ 무대를 함께 꾸미는 진풍경을 연출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부터 비투비, 노라조, 트와이스 등 인기그룹이 모두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은 아직도 ‘레전드 영상’으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K팝 팬들로부터 세대통합을 이루며 진정한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처럼 또 한 번 파격적인 시도로 감동을 주고 싶었는지 몰라도 반발만 사고 있다. 스타들과 함께 하는 연말 시상식은 한국 팬들에게도 귀중한 시간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했지만, 개최지가 한국이 아니라면 무의미한 얘기다. 해외 개최로 K팝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대신, K팝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챙기며 다시금 팬들을 한자리에 모을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인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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