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인데도 강한 해병 되길 원했다” 해병대, 故채수근 상병 추모
경북 예천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스무 살 해병대 장병에 대해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해병대는 20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경북 예천지역의 호우피해 복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상병을 추모한다”고 했다. 채 상병은 사고 당시 일병 계급이었으나 순직 이후 해병대가 상병으로 추서했다.
해병대는 “고 채수근 해병상병은 외동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해병이 되기를 원해 해병대에 지원했고, 7주간의 신병 교육과정을 훌륭하게 수료했다”며 “지난 5월 부대로 전입하여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해 왔다”고 했다.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 채모(57) 소방위의 아들로, 채씨가 아내와 결혼 생활 10년차 되던 해에 시험관 시술로 얻은 외동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특히, 예천지역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동참하게 되자 부모님과 동료들에게 그 자부심을 이야기했던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해병”이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해병대가 공개한 사진 속 채 상병은 꽃목걸이를 목에 건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채 상병은 19일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리고 실종 14시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수색 작업에는 해병대 1사단 장병 9명이 투입됐는데, 이들에게는 구명조끼가 제공되지 않았다. 채 상병은 동료들과 대열을 맞춰 수색하다, 갑자기 강바닥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구명조끼 하나 제공하지 않은 군 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해병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아까운 목숨 어떻게 책임질거냐” “안전장비 없는 대민지원은 누가 책임지냐” “어린 병사를 구명조끼도 없이 사지로 내몰았다” 등을 제목으로 한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채 상병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19일부터 현재까지 올라온 글만 100건이 넘는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군에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관계당국은 수색, 구조와 피해복구 과정에서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안전 조치를 해주기를 당부한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과희생을 숙연하고 정중한 마음으로 기리고 최대한의 예우를 하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방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경위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위험한 현장에 함께 하는 장병들의 안전대책을 철저히 점검하길 바란다”며 “군 당국이 군인을 최소한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했다면 안전 장비도 없이 물살에 투입하는 비정상적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채 상병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당일, 채 상병의 부모는 최소한의 안전장비조차 제공하지 않은 군 당국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채 상병 부친은 “구명조끼 입혔어요? 입혔냐고. 왜 안 입혔냐고요. 왜. 그게 그렇게 비싸요”라며 “지금 세상에 물살이 이렇게 센 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죽겠네 정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고 절규했다. 모친은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외동아들이에요. 외동. 혼자 있어요. 혼자. 어떻게 살아. 어디예요? 못 찾았어요?”라며 오열했다.
특히 부친이 수색 작업에 나선다는 채 상병에게 “물 조심하라”며 나눴던 2분 남짓한 통화가 마지막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채 상병의 빈소는 포항 해병대 1사단에 설치돼 현재 장례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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