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고국서는 "술∙담배도 않는 조용한 외톨이"…가족들 의문 표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이병 트래비스 킹(23). 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본국 송환을 앞두고 돌연 월북한 미군 병사가 왜 이러한 행동을 했는지 가까운 가족들조차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의 월북 동기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AP통신은 친척들이 킹을 조용한 외톨이(quiet loner)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킹의 친척들은 그가 평소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성경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또 위스콘신주에서 자란 그가 한국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들떠 있었다고 한다.

킹의 외할아버지인 칼 게이츠는 AP 통신에 "트래비스가 제정신이라면 그런 일을 일부러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래비스는 착한 아이다. 누구를 해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해치려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외숙모인 라케이아 나드는 자신의 아들, 즉 킹의 사촌 동생이 올해 초 숨진 것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했다. 7살이었던 킹의 사촌동생이 지난 2월 희소 유전질환으로 숨졌고, 이 일로 킹이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킹의 외삼촌인 칼 게이츠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킹이 자신의 아들의 죽음에 크게 상심했었다고 전했다.

킹은 한국에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수차례 주취난동을 부린 전력이 있다. 수용시설에 47일간 구금됐던 그는 석방 후 한국 내 미군기지에서 약 1주일 간 감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송환돼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기지에서 추가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고, 이 때문에 그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본국 송환을 앞두고 있던 킹은 지난 18일 JSA를 안보 견학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MDL을 넘어 월북했다. 당시 그는 JSA의 한미 장병들이 저지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선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견학을 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는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평범한 차림의 킹이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를 구입해서 쓰는 등 여느 관광객처럼 행동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투어가 거의 끝나 단체 사진을 찍고 견학을 마무리할 즈음 갑자기 그가 튀어 나가더니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관계자는 킹이 본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 있는 JSA 관광 광고를 보고 관광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그가 사전에 월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킹의 송환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온라인 뉴스 기자 ksy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