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위 매달린 잡초…오송 지하차도에 남은 참사 흔적
장비 작동 여부 등 원인 규명 속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에 나섰다.
20일 경찰 수사본부와 국과수·행안부 관계자 등 45명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 진입해 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현장감식은 언론에도 공개됐다. 사고 발생 이후 5일이 지나 지하차도 내부 물이 빠지고 진흙을 퍼내는 등 대부분 정리됐지만 여전히 참사 당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미호강 범람 당시 지하차도 천장까지 물이 들어찬 듯 천장 부분 시설물 곳곳마다 쓸려들어온 잡초 등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콘크리트로 된 벽면에서는 물이 줄줄 새 나왔다. 지하차도 최심부에는 아직 다 치우지 못한 진흙이 남아있었다.
현장을 찾은 이들 기관은 지하차도 중앙에 있는 배수펌프 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앞서 사고 당시 충북도는 강물이 갑자기 밀려 들어오면서 배전실이 물에 잠겨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하차도에는 1분에 12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펌프 4대가 설치돼 있다.
경찰 등은 이번 감식을 통해 장비 작동 여부 등 관리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날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호강 제방 합동 감식도 진행됐다. 미호강 제방에 대한 합동감식은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경찰은 국과수와 3차원 스캐너를 활용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은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을 통해 지하차도 등 시설물들이 설계대로 시공이 됐는지, 정상 작동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지하차도와 제방에 3D 스캐너 6대를 동원해 구조물이 설계대로 시공됐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 책임 여부 등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사고 당시 소방 당국에 접수된 119 신고내용도 공개됐다. 충북도의회 박진희 도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이번 참사 관련 ‘충북소방본부 119신고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7시 51분 ‘미호강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오전 9시 5분까지 총 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터널에 물이 찼다’, ‘터널에 갇혔다’, ‘도와주세요’ 등의 내용이었다.
이날 충북도청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도청 신관 로비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14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도 세워졌다. 충북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조문객들을 받기 시작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김모씨는 “너무 안타깝다. 대비를 잘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잠겨 14명이 숨졌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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