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도서 할인율 15%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헌법에 합치”

20일 오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도서정가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도서정가제는 도서 가격 할인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로 2003년 처음 시행됐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20일 헌재는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제4·5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이 법 제22조 제4항은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5항은 “제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가의 15% 이내에서(마일리지 포함)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할 수 있다. 가격 할인은 10% 이내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난 2020년 1월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전자책 작가다. A씨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가격 할인 등의 방법으로 마케팅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해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은 본질적으로 같은데도 간행물인 경우에만 합리적 이유 없이 가격 할인을 금지하는 게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A씨 측 주장이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도서정가제는 문화국가 달성에 필요한 제도이며, 중소형 서점뿐 아니라 출판사와 저작자의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날 정부의 손을 들어준 헌재는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은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 질서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출판 산업과 독서 문화가 상호 작용해 선순환하는 출판문화산업 생태계를 보호·조성하려는 데 있다”며 “심판 대상 조상이 이런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종이책 매출이 감소하고 지역서점 매장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 같은 독과점 방지 장치가 없었다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재는 “간행물 판매자는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영업상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없는 기본권의 제한을 받으나, 비가격적 서비스 경쟁을 여전히 할 수 있고, 단기적 측면 및 가격 책정의 측면에서는 직업의 자유가 축소되는 면이 있으나 장기적 측면 및 시장 전체의 측면으로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를 정한 출판법 규정이 간행물 판매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관해 판단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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