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탈피오트' 국방과학기술사관학교 설치 추진
입법조사처도 '과기사관 제도 개선 필요' 제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육성을 위한 군 복무 프로그램 '탈피오트'(Talpiot)를 벤치마킹해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가칭)를 설치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치법' 제정법률안과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음주쯤 각각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를 뜻하는 '탈피오트'는 우수 인재가 군 복무 기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전문장교 육성 프로그램이다. 우리 군도 이를 참고해 지난 2014년 '과학기술전문사관'(과기사관)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간 군 안팎에선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배치되는 과기사관들이 국방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군 당국은 통상 중위로 전역하는 과기사관의 장기 군 복무를 유도하기 위해 작년에 대위 보직을 5개 만들기도 했지만, 지원자가 단 1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장은 과학기술 전문장교를 집중 육성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 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학사 과정의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와 관련 대학원을 각각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이번 법안들에 담았다.
법안들에 따르면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와 관련 대학원은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설립되며, 학사과정 입학대상은 고등학교 졸업자와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인정된 17세 이상 21세 미만이다. 이는 현재 대학교 2~3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과기사관이 선발하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처럼 고교 졸업자까지로 그 대상을 넓힌 것이다.
수업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국방에 필요한 무기체계 개발 및 인공지능(AI), 사이버 작전 역량 강화 등의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며, 학사학위는 4년, 석·박사 학위는 각각 2년 이상 과정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이들 법안에 담겼다. 또 이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은 과학기술사관학교뿐만 아니라 카이스트로부터도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학사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방학기간 중 12주 이내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소위로 임관해 ADD 등에서 4년간 의무복무를 하고, 석사 이상 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중위로 임관해 가산복무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이들 법안에 포함됐다.
과학기술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의무복무 후 전역한 사람에 대해선 정부가 취·창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김 의장은 이번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 3월엔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탈피오트 제도를 살펴봤다고 한다.
김 의장 측은 연내 이들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 내후년엔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의 첫 입학생이 30여명 규모로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의장 측은 과학기술사관학교가 설치되더라도 그 운영 예산은 현재 과기사관 제도 운영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장 측은 법안 발의 뒤 국회 국방위·교육위 등 관련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틀을 잡아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이스라엘 탈피오트 제도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과기사관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도희 입법조사관은 "탈피오트 제도는 3년의 대학 수학과 6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모두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나아가 군에서의 장기복무 또는 전역 이후 관련 분야 창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과기사관 제도는 이런 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사실상 대체복무제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현행 1.5년인 일반병사의 의무복무 기간을 고려해 과기사관의 복무 기간을 조정하는 한편,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센티브 및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기간 중 급여 지급 △학사과정 이후 상급학교 진학 기회 제공 △ADD 외 다양한 군내 기관 복무 기회 제공 △본인 희망 부대·부서 배치 △전역 이후 관련 분야 창업시 지원 프로그램 연계 등을 제안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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