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누른 변호사 단체 '힘의 역사'…법무부 판단 향방은 [긱스]

이시은 2023. 7. 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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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사진=연합뉴스


전문직 단체와 스타트업의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회자되는 것이 단체의 ‘힘’입니다. 이들이 스타트업을 흔드는 근거는 사실 우리 법이 단체에 일부 이양한 권한에서 기인합니다. 힘이 플랫폼과의 갈등에 소모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따라 권한을 다시 찾아오려는 정치권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변화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스타트업을 제재하는 전문직 단체 ‘힘의 근원’을 쫓았습니다. 핵심은 광고 규제 권한과 징계권에 있었습니다.

전문가 단체의 권한과 영향력이 스타트업과의 ‘업역 다툼’에 총동원되고 있다. ‘로톡 사태’에서 변호사단체의 징계권은 지금도 플랫폼을 압박하는 강력한 무기다. 이는 20년에 걸쳐 형성된 변호사법 개정안들에 기초한다. 법조 브로커의 영향력을 줄이고, 민간의 자생적 정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양되기 시작한 권한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타트업의 업역이 확장되며 충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변호사단체가 “플랫폼 역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영향력 행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해당 권한을 다시 정부가 가져오기엔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영역을 확장해서 보면, 고발전은 같은 논리로 반복되고 있다. 로톡 이외에도, 세무사법과 약사법 해석을 근거로 세무사 단체의 약사 단체의 형사 조치는 반복되는 형국이다. 의사 단체는 광고 심의 권한으로 업체를 압박하는 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소속 회원 징계권을 요구하는 단체는 늘고 있어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변호사법 근거로 '앱 금지' 내부 규정 마련


스타트업 업계의 ‘뜨거운 감자’, 법률 플랫폼 로톡의 손익분기점(BEP)을 결정짓는 것은 변호사 회원 수다. 변호사법에선 변호사와 사용자의 연결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금지한다. 로톡은 대신 변호사들을 플랫폼에 노출해주는 대가로 광고비를 받는 형태를 구현했다. 2021년 3월 변호사 회원 수가 4000명에 육박하자, 로톡은 설립 10년 만에 최초로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었다. 같은 해 대한변호사협회의 광고 규정 개정과 징계권 사용 검토는 소속 변호사 이탈로 이어졌다. 변호사 회원 수는 약 1700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실제 징계도 진행돼 변호사가 더 빠져나갔다.

이런 변호사단체의 행동에 법적 근거는 있다. 국내서 최초로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정이 신설된 것은 2000년 1월이다. 1997년과 1999년 의정부, 대전에서 대형 법조 브로커 비리가 터지며, 이를 근절하고자 변호사 업무 광고가 공식 허용된 것이다. 당시 법(변호사법 개정안 제23조)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광고매체의 종류, 광고 횟수, 광고료의 총액, 내용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였지만, 이후 단체의 감독 행위 권한은 국가의 공적 사무가 이양된 것으로 헌법재판소 인정을 받을 만큼 커졌다. 2007년에는 규정하는 광고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 하에 일부 완화 조치가 있었지만, 동시에 규정 위반 변호사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마련되기도 했다.

사진=뉴스1


2021년에 들어, 변협은 그간 받아낸 권한을 바탕으로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전부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200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던 법률 플랫폼의 존재가 부상하면서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정안엔 ‘법률시장 교란의 위험성이 있는 불공정 수임행위 차단’과 ‘공정한 수임질서 정착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법률사무 또는 변호사 소개·알선 등 광고행위에 대한 변호사 참여를 규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로톡은 사용자에게 대금을 받지 않아 알선 행위가 성립하지 않지만, 로톡 플랫폼에 광고하는 변호사 자체를 제재할 기초 방안을 내규로 마련된 셈이다. 2015년도부터 병행된 수사기관 고발과 함께 로톡이 어려움을 겪은 지점이다.

변협은 결국 2021년 6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법질서 위반 감독센터 규정’을 마련했고, 변호사들이 앱 등 전자적 매체 기반 영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세부적인 조항까지 공포했다. 로톡 사용 변호사 제재의 ‘각론’이 완성된 셈이다. 이후 지난해 5월, 단체의 유권 해석만으로 플랫폼 광고를 막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났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변협은 일부 내용은 합헌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같은해 10월, 최초로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 대해 최대 300만원 상당의 과태료 징계를 처분했다.

로톡 사용 변호사들의 반발 속에서, 올해 2월까지 변협이 징계한 변호사 수는 123명에 이른다. 현재 이의 신청이 제기되, 징계의 적합성을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원회가 살펴보고 있다. 이르면 20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로톡의 주 사용층인 1인 또는 소형 로펌의 젊은 변호사들은 “이젠 로톡 기반의 경쟁 체제가 옳다”면서도 “법무부가 로톡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플랫폼을 이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로톡법’이 계류 중이다.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변호사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핵심 쟁점은 변호사 광고 규제의 권한 행사 주체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민간의 광고를 사전 검열해 위헌 소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 속에서 교착 상태에 놓였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단체 행위에 의거해,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며 “위법 소지가 있는 자의적 규율만은 막자는 내용까지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보는데, 위헌 소지 논란에 각종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있어 당분간 논의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세무·의료도…직무 관련법 고발·광고 규제로 맹공


단체와 송사를 겪는 형태는 타 업군도 비슷하다.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를 대상으로 한 검찰 조사는 현재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한국세무사회의 고발로 시작된 해당 세무사법 위반 혐의 조사는 이미 지난해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들 단체의 고발 근거는 대부분 2021년 개정 세무사법에 기초한다. 플랫폼이 세무사를 불법 알선했다거나, 주민등록번호 수집 권한이 없는 데도 사업을 펼쳤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자비스앤빌런즈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보완 수사가 진행 중인 ‘크몽’과는 다르다”며 “삼쩜삼은 세무사에게 비용 지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 수사 중인 불법 세무 대리 혐의는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세무사회는 최근 알선 수수료를 금지하는 개정 세무사법을 어겼다며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크몽도 고발했다. 

의사 단체는 광고 심의 권한을 활용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선 의료 광고를 하려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심의기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의협은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는데, 플랫폼의 핵심인 이용자 후기도 심의 대상 광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체들의 심의 기준에선 비급여 진료비 공개도 금지다. 성형 비용을 공개한 강남언니와 갈등이 거세진 이유다. 국회에선 지난 3월 국회 스타트업 연구 모임 ‘유니콘팜’이 보건복지부가 자율심의기구 기준을 견제하고 권한을 나눠 가지는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가의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안 반영이 된 채로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법정단체화를 진행 중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는 공인중개사 의무 가입 조항과 징계권을 겨냥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협회가 공인중개사들을 징계 등으로 지도·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직방’ 등 프롭테크 업체의 견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최근 한공협은 직방과 유사한 서비스 ‘한방’ 활성화를 위해 회원들의 직방 탈퇴를 요구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도 위기다. 서울시약사회 등은 약사법상 전문의약품 광고·의약품 약국 외 판매금지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업체 고발을 이어왔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기간 동안, 회원 약국이 약을 배달할 경우 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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