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교권추락'에 일선교사는 왜 ‘별’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교권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시급
교권침해 유형에 '무고죄'포함 교사 보호
서울 서초구의 한 초교 담임교사가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된 이번 사건과 관련,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기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아직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교육계 내부에서는 학부모 악성민원에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업 중 교사 목조르는 학부모…‘무너진 교권’ 학부모 악성민원 다반사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지도는 물론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에서 폭언·폭행이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지난해 충남 천안에서는 손자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으려던 할머니가 교사와 다투는 과정에서 폭언과 삿대질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2021년 11월 30대 학부모가 초교 교실에 들어가 수업 중이던 교사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이 학부모는 자기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는 통보를 받고 다른 남성 2명과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고 교실에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리를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교단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당시에도 응답자의 92.9%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육활동 침해 2269건 중 7.5%(171건)는 학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침해였는데 이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교육부와 현직 교사들의 분석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코로나19 시기 학생의 심리정서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월∼7월 초·중학교 교직원 2천869명(총 2만6천3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들은 학생을 이해하거나 돕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학부모의 비협조’(55.8%)를 꼽았다.
◇학부모 악성 민원에 교사들은 심리적 불안까지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린 교사들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교육계에서는 학부모의 악성민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교원의 아동복지법 위반 사항을 조사는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전담한다.
교원단체들은 아동복지법 위반 조사 초기부터 교육현장 이해도가 높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교권침해 유형에 ‘무고죄’를 삽입해 무분별한 고소에서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손민정 강원교사노조 위원장은 “많은 선생님이 어제 사건을 접하고 밤새 실의에 빠졌다. 정도의 차이지 다들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는데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버티고 있을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 관리자인 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뒷짐 지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교사들이 일선에서 모든 스트레스를 견디라고 내몰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 “교권침해는 중대한 도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 침해가 원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이 학교 담임교사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고인과 유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첫걸음이고,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며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이 교실에서 교사를 폭행하고, 저경력 교사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져 서울교육의 수장으로서 비참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두 사건이 아니더라도 최근 다양한 형태의 심각한 수업 방해와 교육활동 침해, 그리고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무력화하는 악의적인 민원과 고소·고발이 빈번히 이뤄지고 이에 따라 교육활동이 훼손되고 교사의 심리, 정서 안정을 지킬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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