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상처 복원하고, 태양열로 전기차 충전’…현대차·기아, 첨단 나노 소재 기술 최초 공개

원성열 기자 2023. 7. 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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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는 20일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하고,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근간이 될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제공 | 현대차
“새 차를 산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범퍼가 살짝 긁혔다. 하지만 셀프 힐링 기로 원상태로 복원될 것을 알기에 신경쓰지 않는다. 전기차 충전을 언제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효율 차세대 태양전지가 알아서 충전해주기 때문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첨단 나노(Nano) 소재를 기반으로 현대차·기아가 실제로 개발 중인 기술들이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된다. 이렇게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각기 다른 목적과 활용도를 가진 총 6개의 나노 소재 기술을 소개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①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Self-Healing, 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②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③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④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⑤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⑥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상처 스스로 복원하는 나노 코팅 기술

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기체와 같이 살아 움직이며 자동차 상태를 보존하는 나노 코팅 기술이다.

자율주행 및 전동화 시대에는 카메라나 라이다, 모터 등 핵심 부품에 발생한 미세한 상처나 마모가 치명적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나노 소재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두 가지 고분자 코팅 기술을 선보였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상온에서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도 두 시간여 만에 회복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우선적으로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차량의 도장면이나 외장 그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도 선보였다. 액체와 고체 윤활제의 장점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발열과 마찰이 큰 차량의 핵심 동력 전달 부품에 적용돼 내구성과 효율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도 인상적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은 주행 가능 거리를 얼마나 늘리느냐와 충전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있다.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한 나노 소재 기반의 태양전지는 전동화 차량은 물론 건물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투명 태양전지’는 우수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이 소재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했을 때 발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기아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투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있으며,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발전과 물리적인 투명 상태 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기존 셀 단위(1㎠) 소면적 연구에서 벗어나 대면적(200㎠ 이상)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모듈 단위로 커진 상황에서도 1.5와트(W)급 성능을 보이는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차량의 모든 글라스는 물론 건물의 창문도 대체할 수 있다.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 태양전지’ 기술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후드, 루프, 도어 등 태양광을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 부위에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하면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일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 20km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 홍승현 상무는 “오늘 공개된 나노 기반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소재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나노 소재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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