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업무 PC도 봉인?···‘특혜채용 감사’ 감사원, 선관위에 포렌식 요구

문광호·조문희 기자 2023. 7. 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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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앞에 세워진 표지석. 김창길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혜 채용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채용 의혹 외에도 선관위 인사 전반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선관위는 채용 의혹 분야 감사만 수용했다는 입장이라 자료 제공 범위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감사원이 경력 채용뿐만이 아니라 인사 전반에 관한 자료 요구를 하고 있다”며 “어디까지 자료를 제공할지는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감사원과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5월31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선관위에 대한 감사 착수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는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고위직 간부 4명의 자녀가 지난해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에 채용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당초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 중립성·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감사를 거부하다 지난달 9일 특혜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지난주 말부터 중앙선관위 인사과, 전국 17개 시·도선관위 인사 담당자들의 PC를 디지털포렌식 하겠다며 봉인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에 필요하면 문서, 물품 등을 봉인할 수 있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감사원이 특혜 채용 의혹과는 무관한 자료까지 제출을 요구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선관위 급여 담당자의 PC도 봉인돼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경력 채용에 관한 부분에 한해서 감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감사원에서는 그것보다 더 확대해서 감사 범위는 감사원에서 정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상 봉인이나 자료 제출 요구는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감사가 장기간 지속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1차 조사를 실시하고, 2주간 휴식한 뒤 내달 16일부터 9월12일까지 2차 조사를 실시한다. 선관위의 선거사무는 선거 180일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봉인은 감사원법에 규정돼있는 절차”라며 “감사원에는 별건 감사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감사 사항이 아닌 다른 내용까지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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