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이재명 사법리스크’···일부 친명계 “체포동의안 오면 가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자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20일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상대로 강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거의 독방에 가둬놓고 있었고 매일 소환 조사해 정신적인 고문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억압된 상태에서 강요된 진술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2차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에 대한 첫 시험대에 서게 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정당한 영장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검찰이 비회기 기간인 오는 29일~다음 달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는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직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에만 발동하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검찰이 ‘방탄 국회’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의원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망신주기식 여론몰이를 하려면 회기 중에 신청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와 구속영장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여론몰이할 것이고 민주당에 내분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회기 중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민주당은 또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통해) 체포동의안 부결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앞으로 방탄 국회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은 약속대로 가결해주고 이 대표는 당당하게 조사받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가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의원들도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SBS 라디오에서 “정당한 영장청구라고 우리가 판단함은 ‘반드시 이 수사에는 인신구속이 있어야겠구나’라는 내용이 설득력이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한 영장청구가 아니라고 판단할 때 체포동의안 부결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결국 최종 결정은 이 대표의 몫이다. 이 대표 측은 “가정에 근거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정치 수사든 조작 수사든 그 어떤 검찰 수사에 응하고 법적 절차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대표가 불체포권리를 포기한다는 일관된 원칙을 표명했기 때문에 거기에 다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