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검정 고무신’ 시정명령 환영하지만 실효성 떨어져” [전문]
[뉴스엔 이민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만화 '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시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측은 7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관련 조사 내용 발표에 입장을 전했다.
이우영 작가는 1992년 만화 '검정고무신'을 통해 데뷔했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이기영, 중학생 이기철 형제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검정고무신'은 애니메이션으로 TV에서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우영 작가는 '검정고무신' 캐릭터 대행사와 저작권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고 심적인 고통 속에 지난 3월 세상을 떠났다.
문체부는 '검정고무신' 저작권자 간 체결한 계약에 불공정 행위가 있음을 확인, 미배분 수익을 신고인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책위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계약의 부당함을 알릴 필요 없이 공인된 기관의 조사에 의해 ‘불공정성’이 확인됐다. 이제 우리는 공식적으로 ‘불공정 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불공정 계약’에 맞서 함께 싸워달라고 연대를 요청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문체부의 시정명령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실효성’에 있다"며 제작사가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들을 제제 할 수 있는 방법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것이나 정부사업에 3년 간 공모를 금지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점과 이번 시정명령에 “예술인 창작활동 방해”가 언급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계약이었음을 확인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명령을 환영하면서도, ‘창작활동방해’에 대한 언급이 부재한 점에 대해서는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진행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조사팀의 연이은 행정 결정으로 '검정고무신' 사건이 마치 해결 된 것 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명령에는 강제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캐릭터 저작권의 일부는 회복되었으나, 사업권은 여전히 형설출판사에 귀속되어 있다"며 "'검정고무신'의 공동작가인 이우진 만화가와 고인의 뜻을 이어받은 유가족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몇 겹에 걸친 불공정 계약으로 옭아매어진 '검정고무신' 사건의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공식입장 전문
7월 17일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조사팀에서 예술인신문고에 접수된 '검정고무신' 불공정계약과 관련된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자 간 체결한 계약에 불공정행위가 있음을 확인했고, 미배분 수익을 신고인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검정고무신' 소송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 5년의 시간은 고(故)이우영 작가님에게 끔찍한 시간이었다.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진술서’에서,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한 계약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비통한 심정을 여러 차례 밝히신 바 있다. 작가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사람들은 그분의 고통이 자식을 잃은 고통과 비슷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형설출판사의 장진혁 대표는 최근까지도 자신의 행위가 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사업행위라고 항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화예술계에서는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이 생기면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신이 맺은 계약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릴 방법이 없었다. 작가님에게 필요했던 것은 살아생전에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계약’이었다는 사실을 증명 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였다.
문체부의 시정명령에 담긴 ‘불공정 계약 확인’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계약의 부당함을 알릴 필요 없이, 공인된 기관의 조사에 의해 ‘불공정성’이 확인되었다. 이제 우리는 공식적으로 ‘불공정 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불공정 계약’에 맞서 함께 싸워달라고 연대를 요청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들에게는 ‘누군가의 죽음’이란 비극적인 사건이 없어도, 계약의 내용을 공인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문체부의 시정명령을 환영한다.
하지만 문제는 ‘실효성’에 있다. 우리는 이번 시정명령에서 2가지 보완되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제작사가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들을 제제 할 수 있는 방법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것이나 정부사업에 3년 간 공모를 금지하는 방법 밖에 없다. 많은 언론이 지적하였듯이, 이 방법은 강제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가진 한계이지, 법을 근거로 판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보다 실효성 있는 창작자 보호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는 이번 시정명령에 “예술인 창작활동 방해”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예술인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신고에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 13조 1항 3호에 근거한 ‘창작활동방해’가 강조되어 있다. 형설출판사의 장진혁 대표는 '검정고무신'의 공동 작가인 이우영, 이우진 뿐 아니라, 이들의 부모님까지 형사고소하였으며, 지금까지 총 3억 8700만원의 금액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어린이 주말농장에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거나, 장진혁의 동의 없이 이우영, 이우진 작가가 창작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대해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당한 지시, 간섭과 불이익한 거래조건 설정 변경 등을 통해 창작의 자유를 빼앗아갔다. 하지만 이번 시정 명령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부재하여, 향후 민간사업자들의 창작방해 활동이 위법하지 않은 행위라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계약이었음을 확인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명령을 환영하면서도, ‘창작활동방해’에 대한 언급이 부재한 점에 대해서는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창작자의 자유롭고 공정한 창작환경을 보호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 문화예술계의 많은 분들과 연대하고 소통하며 이번 시정명령에서 드러난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진행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조사팀의 연이은 행정 결정으로 '검정고무신' 사건이 마치 해결 된 것 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명령에는 강제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캐릭터 저작권의 일부는 회복되었으나, 사업권은 여전히 형설출판사에 귀속되어 있다. 고(故)이우영 작가가 형설출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5년 간 이어져온 민사소송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검정고무신'의 공동작가인 이우진 만화가와 고인의 뜻을 이어받은 유가족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몇 겹에 걸친 불공정 계약으로 옭아매어진 '검정고무신' 사건의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
따라서 우리는 '검정고무신'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표현하는 일부의 여론을 경계한다. 불공정 약관으로 가득한 '검정고무신' 저작권 계약이 정상화 되는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지치지 않고 담대히 해 나갈 것이다. (사진=KBS, 검정고무신)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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