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위헌 논란 있었지만··· 헌재 “도서정가제는 합헌” 결정

김혜리 기자 2023. 7. 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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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작가의 헌법소원 기각
2010년엔 출판사들 청구 각하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89조 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열리고 있다.

도서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재차 판단했다.

헌재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4항과 5항의 위헌성을 따져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20일 기각했다. ‘도서정가제’로도 불리는 해당 조항은 간행물 판매자에게 정가 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할인 범위를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한다. 가격은 10% 이상 할인할 수 없으며, 마일리지 등 경제상 이익도 5% 넘게 제공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2003년 출판계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고자 도입됐지만, 작가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지난 20년간 제기돼왔다.

전자책 작가인 청구인 A씨는 해당 조항이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2020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10년 출판사들이 헌재에 도서정가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가 각하당한 지 10년 만이었다. A씨 측은 지난 1월 열린 공개변론에서 전자책은 작가가 가격을 매기는 데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데, 도서정가제 때문에 가격할인 등 방법으로 소비자 수요에 기민하게 대처할 기회를 뺏겼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선택할 권리 자체가 제한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출판물 시장의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도서정가제는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 질서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저자와 출판사를 안정적으로 보호·육성하고, 다양한 서점 또는 플랫폼을 유지·장려해 소비자의 도서접근권을 확대한다”며 “출판문화산업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하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종이책 매출이 줄어든 데 대해서도 “인터넷 발달 등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한 것에 따른 결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도서정가제와 같이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없었다면 이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직업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주장도 “단기적으로는 직업의 자유가 축소되는 면이 있으나 장기적 측면이나 시장 전체의 측면으로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여 등) 도서정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자출판물 제공 방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도서정가제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후생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덕분에 소비자는 다양한 관점의 간행물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기본권이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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