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성폭행·추락사’ 2심도 징역 20년… 法 “유족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

이른바 ‘인하대학교 성폭행·추락사’ 사건의 가해 20대에게 2심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의 중형을 내렸다. 법원은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원망 정도를 헤아릴 수 없고 유족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등 양형상 죄책은 살해에 해당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20일 전 인하대생 20대 남성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금지 명령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형사10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뉴스1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마치 성관계를 동의하는 것처럼 대답을 유도해 녹음까지 했으나 피해자 추락 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면서 “피해자의 나이와 범행 전후 과정 등을 판단해 원심을 유지키로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항소 기각과 관련해 “법의학자 증언 등을 고려하면 검찰이 제시한 추가 증거를 보더라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주 토요일이 피해자 기일이었다. 속죄하라. 형 집행으로 피고인을 아끼는 지인과 가족에게도 속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지난해 7월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의 한 5층짜리 단과대 건물에서 동급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층과 3층 사이 복도 창문에서 여학생이 1층으로 떨어지자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숨진 여학생은 같은 날 오전 3시49분쯤 이곳을 지나던 한 행인이 발견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인하대는 같은 해 9월 남성에 대한 학생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가운데 가장 높은 조치인 퇴학 조치를 의결했다.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은 죄명을 기소 때의 강간 등 살인 혐의에서 준강간치사죄로 변경했다. 해당 남성의 성폭행 시도 중 여학생이 건물에서 떨어져 죽음에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아니라고 봤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