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에 '생후 3일' 신생아 버린 20대 친모…법원은 왜 선처했나

재판부 "부모의 양육의지 등에 따라 아이 생사 결정 있을 수 없는 일"
영아살인 아냐, 살인미수죄로 처벌…미수에 그친 점 등 고려 선처

지난 1월 갓난아기가 발견됐던 강원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자전거 둘레길.2023.4.26/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남자친구와 강릉 여행을 갔다가 몰래 출산 후 사흘 뒤(출산)병원을 찾아가 아이를 데려와 영하의 날씨 속 길에 내다 버린 20대 친모가 1심에서 실형을 피해 풀려나게 됐다.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류경진)는 20일 오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4)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양육이 어려웠다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다른사람에 의해 양육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도, 겨울에 방치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친모와 친부의 양육 의지나 능력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행인에 의해 발견돼 구조돼 미수에 그쳤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 없는 초범인 점, 개인적으로 어려운 사정에 놓여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 이후 남자친구와 결혼했고, 가족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으나, 이날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풀려나게 됐다.

A씨는 공판에서 "살인미수가 아닌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출산 후 시간 간격이 3일이 있었고, 출산 후 남자친구와 양육을 의논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보면 영아살해죄가 의율하는 분만 중이거나 분만 직후에 범행했다고 보이지 않아 살인미수죄를 유지해 양형을 판단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1월20일 강원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자전거 둘레길 표지판 아래 출산 나흘째인 아기 B군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군은 오후 4시33분께 지나던 시민에 의해 발견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B군 구조 당시 기온은 영하 0.5도의 추위였고, B군은 저체온증 상태였다.

A씨는 이후 공조요청을 받은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A씨는 임신 사실을 모르는 남자친구와 1월17일 강릉에 놀러왔다가 혼자 병원에가서 출산을 했다. 이후 18일 아이만 놓고 퇴원해 다시 남자친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가 20일 다시 혼자 병원으로 찾아와 아이만 몰래 데리고 빠져나왔다.

A씨는 몰래 데리고 나온 아이를 비닐봉투에 넣어 한겨울 영하의 추위 속에 길거리에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다.

aron031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