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양성 축소 막아야"…헌재, 도서정가제 전원일치 합헌

가격 할인 10% 이내만 허용…전자책 작가가 헌법소원
헌재 "직업 자유 침해 없어…비가격 서비스 경쟁 가능"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헌법재판소가 '도서정가제'에 합헌 결정을 한 것은 지역서점과 중소형출판사의 감소로 문화 다양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2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열고 출판법 22조 4·5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가 도서정가제를 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법) 규정이 간행물(도서) 판매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판법 22조 4항은 간행물(도서) 판매자에게 정가 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5항은 마일리지를 포함한 할인 범위를 정가의 15% 이하(가격할인은 10% 이하)로 제한한다.

도서정가제로 불리는 이 조항은 2003년 처음 시행된 이래 할인율 조정, 적용 범위 확대 등 여러 번 개정을 거쳐 지금처럼 운영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위반해 책을 팔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2020년 전자책 작가 A씨가 위헌 주장을 꺼냈다. A씨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가격할인 등의 방법으로 마케팅 수요에 즉시 대처할 기회가 차단되는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도서정가제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A씨 직업의 자유도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종이책 매출이 감소하고 지역서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의 발달 등 사회 경제적 환경 변화의 결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이출판물 시장에서 자본력, 협상력 등의 차이를 그대로 방임하면 지역서점과 중소형출판사가 현저히 위축되거나 도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지므로 가격할인 제한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전자출판물과 종이출판물은 상호보완 관계인데 전자출판물에만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종이출판산업이 쇠퇴하고 상호보완 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전자출판물 시장에서도 소수의 대형플랫폼이 경제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아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서 판매자는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없어 일부 기본권이 제한되지만 여전히 비가격적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헌재는 "가격 책정 측면에서는 직업의 자유가 축소되는 면이 있지만 시장 전체로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식문화 상품인 도서에 관한 소비자의 후생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득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점까지 고려하면 도서정가제가 A씨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