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 걸렸다던데…” “3선 의원이라던데…” 쉽게 퍼지고 잘 먹히는 인터넷發 가짜뉴스

이희진 2023. 7.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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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온라인에선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에게 시달렸다", "담임만 2번 교체된 반에 들어갔다" 등의 이야기가 돌았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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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온라인에선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에게 시달렸다”, “담임만 2번 교체된 반에 들어갔다” 등의 이야기가 돌았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회의원은 본인과 해당 사건이 관련 없음을 알리기 위해 입장문까지 내야 했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무분별하게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확대되는 현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교육계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서 근무하던 담임교사 A씨는 지난 18일 오전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스1
사건이 알려진 뒤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신규 교사인 A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소문의 골자는 △올해 발령 받은 신규 교사이고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으며 △담임을 맡은 반이 3월부터 현재까지 2번이나 담임이 교체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이날 해당 학교 교장이 낸 통신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발령받았으며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또 해당 학급은 A씨가 올해 3월 초에 맡은 후 담임이 교체된 적 없었다.

온라인에선 이외에도 다양한 소문이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엠바고’ 건이다. 엠바고는 어떤 사안에 대해 출입처와 기자단이 합의를 해 보도를 특정 시점까지 미루는 것을 말한다. 사건에 대해선 엠바고가 존재하지 않지만 이 가짜뉴스는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한 누리꾼은 “교육청에서 엠바고를 걸었다고 한다. 학부모와 교육청이 합작하고 있다”며 분노했고, 많은 이들이 여기에 동조했다.

3선 국회의원이 조부모라는 소문도 퍼졌다. 원래는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괴롭힌 부모가 서초구의원이라는 글이 돌았으나 이내 ‘부모가 3선 국회의원이다’, ‘조부모가 3선 국회의원이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확장됐다.

특히 사건과 관련이 없는 특정 국회의원이 당사자로 지목되며 진땀을 뺐다. 전날 밤 온라인 커뮤니티엔 해당 사건과 관련 있는 국회의원이라며 ‘ㅎㄱㅎ’라는 초성이 퍼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ㅎㄱㅎ’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라며 한 의원이 사건과 연관됐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댓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20일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국화꽃과 추모메시지가 가득 놓여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한 의원의 손자와 손녀가 4명인데, 해당 학교에 다니는 손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 시간 이후 악의적인 의도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인신공격을 통해 명예훼손을 한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과 관련해 어떤 일이 원인인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전날 낸 성명에서 “18일 생을 마감한 교사는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한 학생이 뒤에 앉아있던 학생 B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고, B의 부모가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로 찾아왔다”며 “학부모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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